사회 사건·사고

신종마약 '야바' 농어촌 퍼져..'골든타임' 놓쳤나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04 08:58

수정 2023.07.04 08:58

[파이낸셜뉴스] 전국 농어촌 지역까지 신종 마약이 확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농어촌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값싼 신종 합성마약인 '야바'를 구입해 투약하다 연이어 적발되고 있다. 태국어로 '미친 약'이라는 뜻의 신종 합성마약인 '야바'는 주로 국내에 입국한 동남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이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바'는 마약 중에서도 하급 마약으로 구하기 쉽고 저렴해서 동남아에서 주로 유통된다. 태국인 근로자들이 자국에서 투약했던 야바를 잊지 못하고 찾다 보니 농촌을 중심으로 마약류가 확산하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마약과 전쟁'이후 마약사범들의 검거가 전국적으로 폭증하고 있다.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대도시로 연계된 마약 유통조직과 마약 사범들이 줄줄이 검거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잇단 대형 마약사범 검거가 이뤄지면서 이미 마약이 우리사회에 깊숙히 퍼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마약 차단을 위한 '골든타임'을 이미 놓쳤다는 지적까지 나고 있다.

초콜릿에 숨겨 들여오다 관세청에 적발된 합성마약 '야바'. 관세청 제공
초콜릿에 숨겨 들여오다 관세청에 적발된 합성마약 '야바'. 관세청 제공

일용직 외국인노동자들 대거 구입..태국인 다수
광주 광산경찰서는 지난 한 달 동안 외국인 마약사범 33명을 검거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외국인 3명을 구속하고, 3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광산경찰 TF는 특히 합성 마약인 '야바'를 판매하거나 투약한 태국 국적 마약사범 11명(1명 구속)을 붙잡고, 이들로부터 야바 172정 등을 압수했다.

또한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도 최근 7일 태국인 마약 유통 총책과 국내 판매책 48명을 구속하고 투약자 등 3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총책은 캡슐형 건강기능식품으로 위장한 1억원 상당의 야바 1970정을 국제우편으로 들여왔다. 이를 국내 판매책들이 속칭 '던지기' 수법으로 충남 서산, 경기 화성, 전북 정읍, 대구 등지로 퍼 날랐다. 전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도 최근 태국인 야바 유통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호남 지역 공급책으로 지목된 태국인 A씨는 자국의 마약상으로부터 야바를 도매로 사들여 국내에 유통했다. 야바는 중간 판매책 등 7명을 거쳐 전남·북 지역에 거주하는 태국인 투약자들에게 흘러 들어갔다. 경찰이 이들로부터 압수한 야바는 무려 1198정이다.

인천경찰청이 소탕한 마약 유통 조직으로부터 야바를 구매한 사람들도 농·축산업에 종사하거나 일용직으로 일하는 태국인들이었다. 이들은 마약 1정당 3만∼5만원에 구입했다. 전남경찰청에 붙잡힌 야바 투약자 역시 농·어촌과 공장에서 일하는 태국인 노동자들이었다.

강원에서도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야바 등 마약류를 유통한 65명이 검거했는데, 이들 다수는 농촌 지역 비닐하우스나 숙소 등에서 술을 마시고 투약했다.

지난해 강원지역 마약사범이 최근 5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춘천지검에 따르면 도내 마약사범은 2018년 363명, 2019년 538명, 2020년 465명, 2021년 351명, 2022년 559명으로 지난해 마약사범이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지역 외국인 마약 범죄들도 폭발적인 규모로 늘고 있다. 국적은 태국이 75명으로 가장 많았고 러시아 5명, 중국 3명, 캄보디아와 우즈베키스탄이 각각 1명이다. 춘천지검은 지난해 3~4월 국제 우편물로 약 3억 5천만 원에 달하는 필로폰 3.5㎏을 밀수한 태국인들을 구속한 바 있다.

지난달 28일 울산 남부경찰서 소회의실에서 경찰이 마약 유통책과 투약자들로부터 압수한 필로폰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울산 남부경찰서 소회의실에서 경찰이 마약 유통책과 투약자들로부터 압수한 필로폰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코인으로 마약 대금 지급..'던지기 수법'으로 유통
뿐만 아니라 서울과 부산, 울산을 포함 전국 각 지역에서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며 필로폰과 신종 마약을 유통해 온 조직폭력배 등 마약 유통책과 투약자 55명이 최근 무더기로 검거됐다.

울산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번에 구속된 필로폰 유통책들은 지역 선후배 또는 교도소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사이다. 사전에 연락책과 배달책 등 역할을 분담해 필로폰을 판매해 왔다. 이들로부터 필로폰을 구매한 투약자들은 건설업자, 유흥업 종사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으며 외국인도 포함됐다.
특히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일부 외국인 여성들은 일이 끝나면 모텔, 숙소 등에 모여 필로폰을 거래하고 함께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비교적 젊은 층에서 번지고 있는 신종 마약의 경우 텔레그램 등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거래하고 매수대금은 현금과 가상화폐(코인)로 지급 받았다.


판매책들은 CCTV가 없는 건물의 우편함, 단자함 내지는 주차장, 화단 등에 숨겨둔 후 매수자들로 하여금 찾아가게 하는 일명 '던지기' 방식으로 유통망을 형성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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