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재팬 톡] 후쿠시마 오염수와 IAEA 면죄부

[재팬 톡] 후쿠시마 오염수와 IAEA 면죄부
일본 정부는 올여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를 해양 방류할 계획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결정만 남은 상황으로, 시기의 문제일 뿐 방류는 기정사실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긴 시간을 들여 오염수 방류를 위한 명분을 쌓고 여론을 만들어 왔다. 조사기관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현재 방류에 찬성인 국민은 45~60%로, 반대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집계된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 오염수 방류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민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될 어민들은 여전히 반대 입장이 명확하다. 오염수 해양 방류 시기가 임박하자 얼마 전 어민들은 반대 결의문을 공식 입장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도 어민들을 지속적으로 회유하고 있다. 느리지만 점차 찬성으로 돌아서는 어민이 많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방류로 인한 어업 피해에 대비해 800억엔(약 7234억원)의 기금도 마련한 상태다.

이 그림의 화룡점정은 4일 일본을 방문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찍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방일 첫째 날 기시다 총리를 만나 오염수 방류계획을 평가한 최종보고서를 전달했다. '방류해도 안전하다'는 내용이 들어간 이 보고서는 일본에는 과학으로 포장된 일종의 방류허가증이자 면죄부나 마찬가지다.

일본과의 관계 회복에 방점을 찍은 윤석열 정부는 일단 일본 정부를 믿어보기로 한 것 같다. 일본이 우리와 공유하는 정보는 지극히 제한적인데도 우리 정부 역시 IAEA의 결정을 마지못해 따르는 분위기다.

국제기준을 모두 충족했다고 자신하는 일본을 상대로, 우리가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을 수 있는 근거는 사실 없다. 다만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로서 우리 국민의 불만과 우려는 너무나 당연하다.

특히 이것은 폭발한 원전의 오염수를 바다에 투기하는 세계 최초의 사례다. IAEA가 최종 진단하고 인증까지 해줬지만 인류 역사상 경험해보지 못한 일에 대한 파장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런 맥락에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기간 제한 없이,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지속하겠다고 한 당정의 결정은 옳았다. 일본 사람들도 꺼리는 후쿠시마산 식품을 굳이 우리가 나서 먹어 줄 이유가 없다.

만약 추후 오염수 방류로 인한 새로운 문제가 터진다면, 일본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에 대해 우리의 행정력과 세금이 낭비돼선 안 될 것이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생긴다면 뒤늦게라도 우리의 권리를 강하게 주장해야 한다.


어영부영하다 보니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됐다. 누군가는 오염수 방류 문제를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 이른바 '광우병 사태'와 같다 말한다. "막상 방류가 시작되면 별일 아니게 될 것"이라고. 정말 그렇게 별일이 아니길 바랄 수밖에 없다는 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km@fnnews.com 김경민 도쿄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