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차 中법인 매출 75% 추락… 대기업도 버거운 한한령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05 09:23

수정 2023.07.05 09:26

CEO스코어 제공
CEO스코어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압박이 본격화된 지난 2016년 이후 국내 대기업이 매각하거나 청산한 중국 법인 수가 46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법인 매출 규모만 20조원에 육박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중국 생산법인 매출은 각각 43%, 75%나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공시되지 않은 사업 진출 등을 합치면 국내 기업의 대중국 투자 손실 규모는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5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중국 생산법인 실적을 공시한 113곳을 대상으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13.1%(16조6868억원)가 줄어들었다. 지난 2016년 합산 매출액은 127조7292억원이었지만, 지난해는 111조424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중국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 배터리와 반도체 관련 기업을 제외하면, 국내 대기업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액은 2016년 117조2300억원에서 지난해 73조4485억원으로, 무려 43조7815억원(37.3%)이나 쪼그라들었다.

CEO 스코어는 "한한령으로 국내 기업들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된 이후에도 미·중 무역 갈등, 공급망 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합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의 대중 사업이 후퇴를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과거 중국에서 강세를 보였던 국내 자동차, 전자 대표 기업들이 중국에서 설자리를 잃고 있는 반면, 배터리와 반도체 등은 중국 내 시장 확산으로 성장세를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6년간 중국 생산법인 매출이 가장 크게 감소한 곳은 현대차였다. 현대차 중국법인인 '북경현대기차'의 매출액은 2016년 20조1287억원에서 지난해 4조9003억원으로, 무려 15조2284억원이나 급감했다. 국내 기업 중 10조원 이상 매출이 감소한 업체는 현대차 중국법인이 유일하다.

삼성전자도 중국 스마트폰과 가전부문 위축으로 2016년 17조1236억원이었던 중국 생산법인 매출이 지난해 43.5% 감소한 9조6798억원으로 줄었다. 2021년 중국 생산법인을 청산한 것이 매출 감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배터리·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K-배터리 3사는 중국에서 역대급 실적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중국법인 매출액은 12조8458억원으로, 지난 2016년 2조4167억원 대비 무려 431.6%(10조4291억원)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 중국법인 매출도 9298억원에서 5조4250억원으로 6년새 483.5%(4조4952억원)나 확대됐다.

K-반도체의 매출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법인 중 하나인 'Samsung (China) Semiconductor'의 매출액은 2016년 4조1521억원에서 지난해 9조6798억원으로, 133.1%(5조5277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중국 생산법인 매출액도 2016년 3조6억원에서 지난해 7조5454억원으로, 4조5448억원 늘었다.

한편 한한령 이후 국내 대기업의 중국 생산법인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지난 6년간 매각되거나 청산된 중국법인이 46곳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각된 중국 생산법인은 30개사, 청산된 법인은 16개사에 달했다.
매각된 중국법인의 매출액은 2016년 기준 6조5945억원, 청산 법인은 13조1981억원에 달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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