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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소통 모드로 전환한 韓中, 미일·중 해빙 분위기 영향?[종합]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05 11:34

수정 2023.07.05 16:32

- 최영삼 외교차관보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방중 직전 중국행
- 미국과 일본이 중국과 대화 이어나가는 국면에서 외교적 외딴섬 놓일 가능성
최영삼 외교차관보(왼쪽)가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영삼 외교차관보(왼쪽)가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한국과 중국 외교부 고위 당국자가 중국 베이징에서 회동했다. 양국 중앙은행 수장들도 만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문제’ 발언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중국 베팅’ 설화 사건으로 급격히 냉각된 양국 관계를 풀 마중물이 될지 주목된다. 공교롭게 한중 접촉은 미중의 대화 재개와 보조를 맞추는 형국이다.


외교부·한국은행, 중국행

5일 외교부에 따르면 최영삼 외교차관보는 전날 오전 중국 외교부에서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과 눙룽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 등을 잇달아 만났다.

지난 3월 시진핑 국가 주석 집권 3기 공식 출범 이후 양국 차관급 이상의 외교 관료 간에 이뤄진 첫 정식 회담이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주요 20개국(G20) 한중 정상회담 당시 공감대를 형성한 ‘한중관계 지속 발전과 양국 관계 증진을 위한 노력’에 다시 한번 의견을 같이했다.

또 지난 1992년 한중 수교 공동성명을 재확인하고, 북핵 문제 관련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최 차관보는 북한의 도발 중단과 비핵화 대화 복귀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촉구했다.

양측은 최근 싱 대사 설화와 함께 한중관계의 핵심 갈등 사안으로 꼽힌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도 입장을 교환했다.

쑨 부부장은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 내정에 속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은 양국 관계의 정치적 토대와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측이 반드시 이 원칙을 엄수하고 실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최 차관보는 한국의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은 수교 이래 변함없이 견지되어 왔다고 밝혔다.

양측은 교역 증진, 안정적 공급망 관리 필요성 등도 공감했으며 인적·문화적 교류 확대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보다 하루 전인 지난 3일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베이징에서 판궁성 인민은행 공산당위원회 서기와 이강 인민은행장과 각각 회동하고, 거시경제 형세와 양국 금융 협력 등 의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최근 당 위원회 수장으로 임명된 판 서기는 차기 인민은행장으로 유력시되는 인물이다. 주요 국유은행과 인민은행 경험을 두루 거쳤고 영국 케임브리지대 유학 경력도 있는 인물로 국가외환관리국장도 겸직 중이다.

오는 14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첫 대면 회담을 갖게 될 가능성도 있다.

최영삼 외교차관보를 비롯한 한국 외교부 인사들(왼쪽)이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측과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중국 외교부 캡처
최영삼 외교차관보를 비롯한 한국 외교부 인사들(왼쪽)이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측과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중국 외교부 캡처

한중 접촉, 미중 새 행보와 보조

서로를 양해 이빨을 드러내던 한중 양국이 갑자기 소통 모드로 전환한 것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을 잇따라 중국으로 보내 ‘새로운 관리’ 구축에 나선 미국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역시 고노 요헤이 전 중의원 의장이 80명 규모의 대기업 임원 등을 이끌고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과 만났다. 일본은 이달 중 한국·중국 외교장관과 회담 일정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대중국 견제를 이끄는 국가이며, 일본은 여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참해 왔다. 한국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중국보다는 미국 중심의 외교를 펼쳐왔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이 일정 부분 대화와 교류 단계로 접어든 상태에서 한국만 여전히 중국과 벽을 세우고 있을 경우 외교적으로 고립된 섬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공교롭게 최 차관보와 이 총재의 방중은 옐런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 직전에 이뤄졌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과 외교·경제 전쟁이 진행 중인만큼 반도체를 비롯한 경제 강국인 한국과 관계를 회복시키는 것이 향후 정세에 유리하다.
오는 11∼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가 아태지역에 대한 관여를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지 못하도록 견제하려는 의중도 읽힌다.

윤 대통령은 이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이를 계기로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더불어 4개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는 “양측은 중한 관계가 당면한 어려움을 조속히 극복하고 건전한 발전의 궤도로 복귀할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하는 데 동의했다”면서 “이번 협상이 충분히 건설적이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고, 계속 양국 간 정치·외교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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