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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원전 늘려도 본전도 못 찾는 RE100

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05 18:52

수정 2023.07.05 18:52

[테헤란로] 원전 늘려도 본전도 못 찾는 RE100
'원전은 RE100(신재생에너지 전력 100% 사용)에 포함되지 않는다.' 국내 32개 기업이 가입한 RE100 목표 달성까지 가시밭길이 예고되는 문구다.

기후변화가 글로벌 문제로 대두되자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2014년부터 재생에너지로 필요전력을 100% 공급하는 'RE100' 캠페인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고객사 요구에 맞춰 RE100에 가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신환경경영전략을 선언하며 RE100 가입 사실을 알렸다. 2023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사용한 전기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 31%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다.

하지만 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목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 삼성의 대표 산업인 반도체(DS)부문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23%에 그쳤기 때문이다. 삼성이 최근 발표한 용인 국가산업단지 내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성되면 하루 최대 7GW라는 막대한 전력량이 필요하다. 이는 1.4GW급 신한울1호기 5기 규모의 전력량이다.

이미 국내 전력사용량 상위 5대 기업의 2021년 전력량은 47.67TWh로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43.1TWh)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30.2%에서 21.6%로 낮췄다. 우리 국민이 석탄발전으로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며 지탄하는 중국이 올해 154GW 규모의 태양광 설비 설치를 추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는 최근 원전과 수소연료전지를 포함한 CF100(무탄소전원 100% 사용)을 RE100의 대체수단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CF100이 탄소중립 기준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전경련 조사에서는 기업 18%만이 CF100 참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에서 원전 복귀로 전환한 것은 긍정적 요소가 많다.
원전 활용을 위해 국제적 인정이 불확실한 CF100을 밀어붙이기보다 RE100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공급망 확충이 시급한 때다.

김동호 산업부 차장 hoya022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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