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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경색 환자, PCSK9 억제제 급여받으려다 '골든타임' 놓친다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06 11:24

수정 2023.07.06 17:19

재발 빈번한 심근경색 환자 지질강하 치료 중요
효과 좋은 PCSK 억제제 급여 기준 확인 복잡해
"질병 특성, 일선 의료현장 상황 안맞아" 지적도
심근경색 환자, PCSK9 억제제 급여받으려다 '골든타임' 놓친다

[파이낸셜뉴스] #. 심근경색을 경험한 50대 A씨는 기존 치료로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잡히지 않았다. 이에 'PCSK9 억제제'로 치료제를 바꿔야 했지만 건강보험 급여기준상 고위험군 9개 요인 중 2개 이상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써야 했다. 결국 치료시기를 놓쳐 한동안 큰 고생을 했다.

심근경색(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은 재발이 빈번하게 나타나 지질강하 치료를 제때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급여 기준 확인이 번거롭다는 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씨의 사례처럼 당장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급여 대상자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은 혈관 내막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혈관 내부가 두꺼워지고 좁아지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은 LDL콜레스테롤이 높게 나타나는 이상지질증이 주요 위험요인이기 때문에 정기적 검사와 함께 수치가 높다면 지질을 강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심근경색 환자 PCSK9 억제제 급여받으려면?
죽상경화성 심혈관계 질환(ASCVD) 초고위험군
주요 ASCVD 2개 이상 ASCVD 1개+고위험요인 2개 이상
△최근 1년 내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 △65세 이상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심근경색 과거력 △당뇨병 △고혈압 △만성신장질환 △흡연 △울혈성 심부전 과거력
△허혈성 뇌졸중 과거력 △주요 ASCVD 외 관상동맥우회술 or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 이력
△증상 있는 말초동맥질환 △최대내약용량 스타틴·에제티미브 투여에도 LDL 100mg/dL 이상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9-313호 요양급여 적용기준 세부사항)

6일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최대 가용 용량의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병용해도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목표(관상동맥질환 환자 기준 55mg/dL 미만)에 도달하지 않으면 PCSK9 억제제 병용으로 지질강하할 것을 권고한다.

PCSK9 억제제는 스타틴 병용 시 위약군 대비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46~73%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임상연구에서 에볼로쿠맙을 투여한 1년 이내에 심근경색을 경험한 환자의 83.8%가 치료 4주 만에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달성했다. 최장 8.4년 간의 장기 투여에도 효과성과 안전성이 확인됐다.

이처럼 PCSK9 억제제의 효과가 좋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급여 기준은 까다롭다. PCSK9 억제제는 스타틴 및 에제티미브 치료에도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70mg/dL이상인 '초고위험군' 상태의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에게 급여가 적용된다. 하지만 이미 심근경색을 경험한 초고위험도 급여를 받으려면 시술 경험, 당뇨, 고혈압, 만성신장질환 등 9개 고위험 요인 중 2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증상의 발현과 악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는 심혈관질환의 특성을 고려하면 급여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환자의 상태와 진료 현상의 상황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홍순준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최근 심근경색 이후 기존의 지질강하 치료에도 불구하고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70mg/dL 이상인 환자에게 PCSK9 억제제를 사용하기 위해 제한적인 외래시간에도 불구하고 9개의 고위험요인을 하나씩 확인하며 다시 한번 ‘초고위험군’임을 확인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심근경색 경험이 있고, LDL콜레스테롤이 높은 환자는 언제든지 재발 위험이 있는 초고위험군"이라며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아 2차 피해가 예상되는 화재 현장에 물을 뿌려야 하는 상황에서 이산화탄소 발생 여부, 잿더미의 유무, 온도 등을 다시 확인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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