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년 서울대 교수팀, 종이접기 원리 접목한 DNA 나노기술 개발
DNA 종이 접어 마이크로 RNA 검출…나노 센서·로봇 등 기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단순한 변형만 가능했던 나노구조체에 종이접기(Origami) 원리를 접목해 환경, 필요에 맞게 다양한 모양으로 변형시키는 데 성공했다. DNA 기술을 기반으로 아주 작은 나노 규모의 구조체 제어가 가능해지면서 암 등 질병 검출에 활용되는 나노센서·로봇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김도년 교수 연구팀이 종이접기 작동 원리에 착안해 하나의 구조체를 다양한 모양으로 접거나 펼 수 있는 'DNA 나노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의 과학난제도전 융합연구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IF 69.504)'의 표지논문으로 6일(현지시간 5일 16시) 게재됐다.
◆나노구조체, 기존에는 단순 변형만 가능…정밀한 움직임 구현 불가능
외부 자극에 의한 형상 변화를 통해 특정 기능의 발현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성 나노구조체'는 약물전달, 분자진단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어 활발한 연구가 진행돼 왔다. 특히 DNA 나노기술은 자기조립 성질을 이용해 원하는 형상과 물성을 가지는 구조체를 정밀하게 제작할 수 있어 기능성 나노구조체 개발을 위한 차세대 기술로 관심을 받고 있다.
기존의 연구에서는 DNA 나노구조체에 경첩이나 관절과 유사한 기계적인 요소를 도입해 움직이거나 변형이 가능한 구조체의 개발이 이뤄져왔다. 하지만 나노 크기에서는 하나의 구조체가 다양한 모양으로 변할 수 있는 다중 변형 작동 원리가 없어 단순한 변형과 제한적 기능 구현만 가능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종이접기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공학이자 기계요소 기술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다양한 구조 변화를 통해 환경이나 필요에 맞는 다양한 기능을 구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우주 구조체, 자동차 같은 거대한 물체를 비롯해 ㎜, ㎝ 단위의 초소형 로봇 등까지도 종이접기 공학을 비롯한 다양한 공학을 활용해왔으나, 더 작은 '나노' 스케일에서는 단순한 구조적 변화 구현만 가능했다. 다양한 메커니즘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형태로 분자나 구조체를 만들어서 움직임을 구현해야 했는데 그간 나노 단위에서는 이같은 활용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종이접기 원리 기반으로 나노구조체 한계 극복…DNA 패턴화 통해 다양한 형상 변화 실현
DNA 종이접기 기술은 7000~8000개의 긴 염기로 구성돼있는 DNA 가닥을 짧은 가닥으로 접어서 다양한 2차원, 3차원 구조로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종이접기 형태에 따라 DNA를 배열해 종이처럼 접을 수 있는 2차원 격자 형태의 구조를 만들고, 이를 'DNA 와이어프레임 종이'로 명명했다.
이러한 구조에 대해 원하는 부분의 접힘과 펼침을 선택적으로 조절함으로써 다양한 형상의 변화를 구현하는 것이 핵심 아이디어다. DNA로 실제 종이와 같은 구조를 만들 때 가장 어려운 것은 '접는 것'이다. 연구팀은 종이를 접을 때 어떻게 접을 지 미리 패턴을 표시하는 것처럼 DNA들을 미리 패턴화해 2차원 구조체를 만들어 다양한 형상 변화를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 접히는 부분의 기계적 강성을 최적화해 구조적으로 안정하면서도 높은 성공률로 접고 펼 수 있게 DNA 와이어프레임 종이를 설계하는 것이 연구팀이 개발한 독보적인 기술이다.
얇은 종이를 접는 것은 쉽지만 구조적으로 약해지고, 반대로 두꺼운 종이를 사용하면 접는 것이 어렵다. 연구팀은 최적화된 구조를 구현해 다양한 형태로의 반복적인 접힘과 펼침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질병 관련 마이크로 RNA 따라 DNA 나노기술 다르게 적용…질병 진단·치료 활용 기대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질병과 관련된 마이크로 RNA의 종류에 따라 DNA 와이어프레임 종이가 다른 모양으로 접히도록 설계함으로써 다양한 마이크로 RNA의 검출이 동시에 가능한 센서로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예를 들어 암, 알츠하이머 등 질병과 관련된 대표적인 인자로 나와있는 마이크로 RNA를 DNA 나노구조체를 통해 검출해낼 수 있다. 각 질병에 특화된 마이크로 RNA들이 있을 때 서로 다른 방향으로 DNA 와이어프레임 종이를 접어 검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접힘 상태에 따라 형광 분자 등을 넣게 되면 형광의 변화를 통해 검출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이같은 점에 빗대보면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설계 및 제작 기술은 분자진단을 위한 나노센서, 약물전달을 위한 나노로봇과 같은 나노바이오 분야에서 큰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도년 교수는 "본 연구는 종이접기 기술을 나노크기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라며 "추후 3차원 구조체의 설계로 기술이 확장, 개발된다면 기존 단일 자극에 대한 제한적 기능을 가지는 나노구조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양한 자극에 반응해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다기능성 나노구조체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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