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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은행.통신 새 사업자, 소비자 권익 높일 '메기' 돼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06 18:36

수정 2023.07.06 18:36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통신 시장 경쟁 촉진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통신 시장 경쟁 촉진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은행과 이동통신의 과점체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KB·하나·신한·우리·NH 5대 시중은행 체제에 새 사업자를 투입하고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외에 제4 이동통신사의 진입이 수월하도록 장벽을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어느 산업이나 독과점이 심화되면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5대 은행의 과점체제는 과도한 예대마진으로 손쉽게 돈을 벌어 은행 임직원이 돈잔치를 벌이는 결과를 낳았다.
그 돈은 어렵게 돈을 번 자영업자의 것일 수도 있고, 힘들게 사는 일용직 노동자의 돈일 수도 있다.

은행들은 누워서 떡 먹기 식으로 버는 돈을 금융의 글로벌화, 대형화,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도입에 투자하기보다는 성과급 놀이를 하며 안주했다. 은행은 공공재라는 대통령의 질타는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전혀 틀린 것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메기'를 풀어 경쟁을 촉발,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강화하겠다는 게 정부의 뜻이다.

통신 분야 또한 3대 통신사의 과점으로 소비자는 요금선택권 제한 등 권익을 침해받았다. 가계 통신비 지출은 2020년 12만원에서 올해 1·4분기 13만원으로 증가했다. 정부가 발표한 알뜰폰 업계 경쟁력 강화,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 진입 유도 등의 대책은 이런 과점체제를 개선해 요금과 품질, 서비스 등에서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은행의 과점체제가 1990년대에 난립하던 은행들을 정리해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합병한 대형화 정책의 산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신규 은행의 진입이 소비자 이익에 부합하더라도 기존 은행들의 국제적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인터넷은행들이 생길 때도 기존 체제를 허물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통신 분야도 마찬가지다.


은행이나 통신이나 금산분리 제도의 개선, 탈관치 등 전체적 구조개혁이 더 우선적인 과제다. 소비자 권익 향상을 위한 과점체제 개선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금융과 통신 서비스의 선진화와 세계화를 유도하는 게 첫째 과제라는 말이다.
새 사업자가 진입하더라도 뚜렷한 경쟁력과 규모를 갖춘 사업자가 나섬으로써 자칫 메기가 아닌 '미꾸라지'로 시장의 물만 혼탁해지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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