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산업진흥법 제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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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겸 K-뮤지컬국제마켓 총감독이 K-뮤지컬이 도약을 앞둔 지금, 한국의 뮤지컬 창작 환경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K-뮤지컬국제마켓 현장에서 만난 신 대표는 "K-뮤지컬의 해외 진출은 이제 시작 단계”라며 "아시아권에서는 K-뮤지컬에 관심을 보이나 K-팝처럼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결국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성공해야 한다"고 짚었다.
해외 무대에서 K-뮤지컬이 성공하려면 "작품의 완성도와 보편성"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지난 20년간 급속도로 성장하느라 간과했던 기형적인 뮤지컬 제작환경을 들여다보고,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뮤지컬시장은 2000년 약 150억원에서 2018년 약 3500억으로 23배나 성장했다.
그는 정부의 직접 지원보다 미국처럼 간접 지원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미국은 전미뮤지컬극장연합 산하 비영리극장 위주로 작품 개발이 이뤄진다. 창작자는 비영리극장의 전폭적 지원으로 작품을 만들고, 비영리극장은 그중 우수한 작품을 검증된 상업 프로듀서와 연결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뮤지컬 '포미니츠'를 기획 개발한 배우 겸 기획 프로듀서 양준모는 지난 6월 30일 K-뮤지컬 비전 발표회에서 "극장의 지원에 힘입어 작품을 제작, 관객들에게 선보일수 있어 감사했다"면서도 "제작에 필요한 자금 부족 등으로 공연을 올릴 때마다 다시 할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영국에서 온 한 뮤지컬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뮤지컬 지원책을 부러워했다. 신 대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잘되어 있다"고 긍정했다. 국내 뮤지컬 신작이 활발하게 제작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 지원금이 작품 한 편을 완성하는데 넉넉한 수준은 아니라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신 대표는 "미국은 100% 펀딩이 돼야 제작 가능하다"며 우리나라와 다른 제작 풍토를 비교했다. 또 “미국은 본무대에 오르기까지 리딩·워크숍·트라이아웃 등 여러 단계를 거쳐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데 우리나라는 리딩 공연 후 바로 본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 편의 작품이 관객과 만나는 과정 역시 단계별로 이뤄져야 완성도가 높아진다. 배우 김히어라도 "시행착오를 겪을 기회가 주어져야 작품이 더 단단해진다"고 실패할 기회가 주어지는 창작 환경을 바랐다.
뮤지컬산업진흥법 제정도 촉구했다. 신 대표는 “(영화산업처럼) 뮤지컬도 산업적 틀을 갖춰야 한다”며 “뮤지컬진흥위원회도 만들어 합리적 지원책을 꾸준하게 펴면 한국영화처럼 르네상스가 펼쳐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씨가 원더걸스와 함께 미국 진출을 시도하던 시기, 저 역시 브로드웨이 진출에 도전했다. 결국 그는 성공했고 실패한 나는 다시 도전 중인데, K-팝처럼 K-뮤지컬 역시 해외진출은 당연한 수순이다. 방탄소년단이나 '기생충'처럼 성공적 콘텐츠가 K-뮤지컬에서도 나오길 기대한다."
한편 신 대표는 오는 10월 미국에서 '위대한 개츠비'의 트라이아웃(브로드웨이 입성 마지막 단계) 공연을 앞뒀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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