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최효선의 지재권이야기] 기업의 미래, IP정보활용에 달려있다[수담활론]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08 06:00

수정 2023.07.08 06:00

[파이낸셜뉴스] [수담활론(手談闊論)]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글(수담)을 통해 우리사회 곳곳의 이슈들을 파악하고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편집자 주>

지식재산(IP)을 포함한 무형자산이 기업가치의 중요한 요소가 된지 오래이다. 2020년 S&P 500 기업에서 무형자산의 가치비중이 전체의 90%를 넘어섰다는 뉴스가 나온 이후 현재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우리는 이런 기사는 글로벌기업이나 대기업에게나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먼 산 보듯 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지식재산에 대한 이해를 갖추지 못하고 지식재산정보를 적절하게 활용을 하지 못한다면 경쟁을 뚫고 성장할 추진력을 갖추지 못한 것과 다름없는 시대가 되었다.

특허는 가장 정리가 잘된 빅데이터

특허제도는 기술의 공개를 대가로 일정기간의 독점권을 받는 데에서 시작했다.
여기서 유추할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전 세계 모든 지식재산정보는 공개되는 것이 원칙이다. 특허정보는 출원인이 특허권을 인정받기 위해 해당 국가기관에 특허출원서를 제출하는 출원행위에서부터 발생하는 모든 문서상 행정상 정보들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기술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법률문서로의 가치를 동시에 지니고 있기도 하다.

또한 특허정보는 표준화된 양식에 맞춰 공개되므로 각 국가별로 공개언어가 다를 뿐 공개되는 정보의 내용과 공개수준도 전 세계적으로 거의 동일하다.

그런 의미에서 특허정보는 가장 정리가 잘 된 빅데이터라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지식재산정보 조사는 선행기술을 찾거나 지재권 침해와 관련해 무효사유를 찾기 위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현재의 특허정보는 각 기업의 기술동향을 파악하는 것 외에도 특정 기업의 미래전략을 확인할 수도 있다. 그 기업이 경쟁자를 배제하고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소송을 한다거나 지재권을 양수받는 등의 모든 유기적인 움직임을 관측하고 예측할 수도 있다.

지식재산정보는 특허데이터 뿐만 아니라 디자인 및 상표권에 관한 정보도 포함된다. 특히 상표정보는 특허청에 출원과 동시에 바로 공개되는 권리의 특성상 아주 근접한 미래에 그 기업이 어떤 사업 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지, 사용하려는 상표(브랜드)는 어떤 것이 될지도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예전에는 대기업이 전 상품류에 걸쳐서 방어적인 차원의 상표권을 확보하는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는 저장상표는 관리부담도 크고 불사용취소심판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나아가 인지도를 얻은 상표의 경우 출원하거나 등록받지 않아도 다른 상품류에 까지도 보호범위가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가까운 장래에 사용의사가 있는 분야를 특정해 상표를 출원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현대자동차의 'GENESIS'는 제12류 자동차, 제37류 자동차 정비업 등에 사용되는 상표이지만 현대자동차는 제43류 식당업에도 상표등록했다. 이러한 정보를 통해 현대자동차가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전기차 충전소와 연계된 레스토랑을 운영하려는 계획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에는 각 기업체에서 기존의 사업 분야 외에도 마스크, 살균제, 방호복 등에 대한 상표출원을 경쟁적으로 하였다는 것을 출원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지식재산권에 대한 출원 및 권리확보, 권리이전 등에 대한 정보는 각 기업별, 각 산업분야별, 나아가 각 국가별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고 파악할 수 있는 아주 정확하고 유효한 데이터인 것이다.

지식재산정보로 기업의 미래가치와 리스크 파악
주식투자자들은 예전에는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의 재무재표, 매출 등을 기반으로 기업의 가치를 판단했지만 이제는 기업의 지식재산정보가 기업투자의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 지난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리는 '코로나진단기술'에 대한 특허취득을 뉴스로 접하면서 관련기업의 주가가 무섭게 상승하는 것을 경험했다. 이와 같이 기업의 지식재산정보는 그 기업의 미래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될 뿐 아니라, 반대로 그 기업의 분쟁리스크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 2021년에 증권상장규정이 개정돼 주요 상장기업들이 특허 출원 및 등록 등 정량적인 정보공개 차원을 넘어 지식재산정보를 활용해 경영전략 시나리오를 수립한 후 관련보고서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최근 일본 내각부 지적재산전략본부는 '지식재산·무형자산의 투자·활용 전략 실시 및 거버넌스에 관한 가이드라인 ver2.0'을 발표했다. 이는 기업이 지식재산 투자·활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식재산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그 활용의 촉진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지식재산·무형자산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발굴·추진해 '가격결정력'을 유지·강화하고, 지식재산·무형자산에 대한 투자를 자산 형성으로 파악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의 적자 결산 등을 피하기 위한 투자금 감축 대상으로 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에게도 전사적인 체제정비와 거버넌스를 구축하도록 하고 있으며 사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지식재산 및 무형자산을 전사적으로 통합·파악해 이를 이사회가 모니터링 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도록 하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 성장 위한 IP포트폴리오 구축 중요
자본력과 시장경쟁적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기업에서는 지식재산권이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지식재산·무형자산의 투자·활용 전략을 잘 구축하고 이를 실행하여 투자금 또는 금융 또는 정책자금을 획득하는 것이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기업의 가장 중요한 성장전략이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담보 재산 유형 또한 기존의 고정자산 중심에서 지식재산·무형자산과 그 활용 방법을 포함한 사업 전체의 가치를 평가해 투자자 및 금융기관이 자금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그동안 IP담보대출이 특허권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앞으로는 브랜드가치, 저작권 및 그 외에 무형자산에 대한 적정한 평가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 및 사업승계·사업재생 국면 등에 있는 기업들은 부동산 등의 유형 자산 또는 경영자보증, 자기자본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금조달을 할 수 있도록 회사의 업력 또는 지식재산 등 무형자산을 포함한 사업 전체를 기업의 가치로 평가되고 투자자 등을 설득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 앞으로의 투자생태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런 점에서 스타트업기업들은 창업초기부터 회사의 IP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구성해 투자 또는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기업의 주요한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빌드업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창업동기, 창업히스토리와 연계된 지식재산 정보를 누구나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도록 IR 자료에서도 이를 스토리텔링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 속담은 이제 '아무리 사업아이디어가 훌륭해도 지식재산권으로 권리화 되어야 보배'로 이해되어야 한다. 기업의 다양한 무형가치를 권리화하여 실체적인 자산으로 만들고 기업의 핵심역량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변모할 때이다.


/ 최효선 변리사, 한국상표디자인협회 수석부회장

※이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