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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더 나아간 美中, "디커플링 않고, 함께 번영"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09 14:43

수정 2023.07.09 14:43

-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
- 美"편 가르기 안한다", 韓 대중국 전략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왼쪽)이 지난 7일 중국 베이징에서 리창 총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중국중앙인민정부 홈페이지 캡처.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왼쪽)이 지난 7일 중국 베이징에서 리창 총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중국중앙인민정부 홈페이지 캡처.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9일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새 기조인 디리스킹(위험제거)을 유지해 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중국과 소통 라인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디커플링 대신 디리스킹

옐런 장관은 이날 베이징 미국 대사관에서 나흘간의 방중 일정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미중은 책임 있게 관계를 관리할 의무가 있으며, 평화와 번영의 측면에서 공동 이익을 진전시키는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진하지 않는다.
디커플링과 공급망 다양화는 분명히 구별된다”며 “디커플링은 양국에 재앙이 될 것이며,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실행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디커플링은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에서 중국을 분리시키자는 전략이다. 미국은 중국이 경제력을 앞세워 타국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비판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부터 대중국 전략으로 사용해왔다. 미국의 반도체 등 첨단기술 중국 유입 제재, 중국 기업의 미국 시장 퇴출, 미국 중심의 동맹국 결집 등이 모두 디커플링의 일환이다.

그러나 주요 7개국(G7)은 “중국으로부터 디커플링 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유럽의 이익에 들어맞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올해 5월 말 정상회의 뒤 공동성명을 통해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경제적 회복력이 디리스킹과 다각화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인식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도 사실상 디커플링을 버리고 디리스킹과 중국과 관계 다변화를 기조로 삼아왔다. 즉 중국과 경제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의존을 낮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따라서 옐런 장관의 발언은 아직 미국 내에서 완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는 인플레이션 우려와 글로벌 수요 감축 등을 감안해 대중국 고율 관세, 환율, 무역 등 경제 분야에선 중국과 협력할 것은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옐런 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미중관계를 초강대국의 충돌 프레임으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양국이 모두 번영하기에 충분할 만큼 세계는 크다고 믿는다”면서 “역동적이고 건강하고 공정하고, 자유롭고, 열린 세계 경제를 추구하며, 다른 나라에 한 쪽의 편을 들도록 강요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세계는 양국이 모두 번영하기에 충분할 만큼 크다'는 표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관계에 대해 써 온 문구다.

양국 간에 존재하는 이견을 좁히기 위한 소통은 이어가겠으나, 미중관계가 파국으로 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된다.

美 "편 가르기 안한다", 韓 대중국 전략은?

또 '다른 나라에 한 쪽의 편을 들도록 강요하지 않는다'는 말의 경우 중국이 주로 미국을 비판할 때 활용해온 문장이다. 중국은 미국식 편 가르기를 통해 자국을 고립시킨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영국·호주의 3국 안보동맹인 ‘오커스’나 미국·인도·일본·호주의 안보협의체 ‘쿼드’,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정보기관 공동체인 ‘파이브아이즈’ 등이 같은 맥락으로 출범했다.

미국의 '편 가르기 안한다'는 입장 표명으로 한국도 대중국 전략 수정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이전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미국으로 기울여진 외교 정책을 펼쳐왔고, 중국은 수차례 ‘경고성’ 발언을 해왔다.

미국이 중국과 건전한 경쟁 관계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한국만 대립각을 세우면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옐린 장관의 방중 직전 베이징을 찾아 카운터파트를 만난 것 역시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아울러 옐런 장관은 “지적재산권 문제와 비(非) 시장적 정책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면서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과 “미국 기업들에 대한 강압적 조치들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불공정한 경제 관행은 국유기업을 비롯한 중국의 토종 기업 일감 몰아주기, 정부 보조금 지급 등 미중 무역전쟁 당시에도 쟁점이었던 상황을 뜻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압적 조치는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 구매 중단,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 베이징사무소와 미국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 상하이사무소 강제 조사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옐런 장관이 지난 6일 중국을 방문해 리창 국무원 총리와 허리펑 부총리, 류허 전 부총리, 류쿤 재정부장을 잇달아 만나기 직전 자국 기업들과 간담회를 먼저 개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간첩법, 대외관계법 등에 대한 우려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

옐런 장관은 “방중 협의는 직접적이고 실질적이고 생산적이었다”면서 “중국의 새 경제팀과 회복력 있고 생산적인 대화 채널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요 외신은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가 이달 중순 중국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방중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토니 블링컹 국무장관과 옐런 장관에 이어 모두 네 명의 미 고위 관계자가 소통과 교류를 위해 중국을 찾는 셈이 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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