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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옵션으로 더 치열해진 퇴직연금 시장… 은행권 전략은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11 18:02

수정 2023.07.11 18:08

증권사로 머니무브 가속화 전망
시중은행, 안정성 추구 고객 공략
원리금 보장 상품 확대·차별화
개인 맞춤형 서비스 고도화 주력
디폴트옵션으로 더 치열해진 퇴직연금 시장… 은행권 전략은
퇴직연금 사전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12일 본격 시행되면서 340조 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을 두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퇴직연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은행권은 점유율 수성을 위해 상품 및 서비스 차별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시행하는 제도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IRP) 퇴직연금 가입자가 적립금에 대해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한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자동 운용된다.

이에 퇴직연금을 보다 공격적으로 운용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증권사로의 자금 이동(머니무브)이 가속화할 것이란 시각도 있으나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상품도 있는 만큼 당장 큰 변화가 있진 않을 전망이다.

박봉순 우리은행 연금사업그룹 본부장은 "은행 고객들은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안정성도 중시하는 고객들이기 때문에 디폴트옵션이 시행됐다고 해서 증권사로 쏠림이 급격히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며 "은행은 고객 특성에 맞게 저위험, 중위험 상품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은 원리금 보장 상품의 경우 일반 정기예금 대비 금리가 높은 GIC(이율보증형보험), DLB(기타연계파생결합사채) 상품으로 차별화에 나선다. 박 본부장은 "DLB상품을 선보인데 이어 GIC도 현재 2개 보험사를 하고 있는데 더 늘릴 계획"이라며 "하반기에는 달러예금 상품을 업계 최초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업계 최초로 받은 투자자문업 인가를 무기로 활용할 계획이다. 디폴트옵션에 들어가 있는 펀드의 경우 자산운용사 상품인 만큼 은행의 개별 전망이 반영되긴 어렵다. KB는 투자자문업 인가를 활용해 KB금융그룹의 시장 전망이 반영된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시킬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디폴트옵션 시행을 앞두고 전체적인 퇴직연금 자산관리를 위한 '신한 연금케어'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개인별 수익률 목표 설정 △맞춤형 상품 포트폴리오 △자산건강도 및 투자 가이던스 제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문적인 사후관리를 통해 고객별 퇴직연금 운용 목표액, 목표 수익률이 달성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하나 연금닥터'라는 퇴직연금 플랫폼을 운영 중인 하나은행은 모바일 연금닥터를 개편해 라이프사이클에 맞춘 고객 유형을 세분화하고, 개인별 진단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한편 디폴트옵션 의무화로 고용노동부와 금융당국은 수익률을 높일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포털을 통한 비교공시 강화 △성과 연동형 수수료 체계 도입 △퇴직연금 가입시 금융회사간 실물이전 활성화 방안 등 3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도 연금포털을 통해 수익률을 분기별로 공시하고 있는데 공시를 보다 강화해서 소비자들이 수익률이 더 높은 상품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데 시장의 평균 수익률과 비교해서 수익률이 더 높게 운용했을 경우 해당 사업자에 수수료를 더 주는 방식이다. 아울러 퇴직연금 상품을 바꿀 때 A금융사에서 B금융사로 갈아타는 경우, 중도 해지하거나 환매 없이 A-B회사간 계약에 따라 쉽게 갈아탈 수 있게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경쟁촉진 방안들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과 퇴직연금 감독규정, 시행세칙 등 법규정까지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이르면 내년 상반기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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