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북한의 "대한민국"과 "남조선" 교묘한 호칭 사용, 의도적인가?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16 06:00

수정 2023.07.16 10:06

-北 김여정은 "대한민국" 김정은은 "남조선" 이질감·적대감 증폭 의도
-한국 정부 ‘신통일미래구상’ 준비.. 北 원천적 무력화 의도 개연성도
-북한의 다양한 의도 치밀하게 파악, 담론경쟁의 주도권 선점해야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지난 12일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을 시험발사했다고 1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발사를 현지지도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화성-18형을 시험발사한 것은 지난 4월 13일 이후 석 달여 만이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지난 12일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을 시험발사했다고 1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발사를 현지지도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화성-18형을 시험발사한 것은 지난 4월 13일 이후 석 달여 만이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그간 북한은 우리를 향해 ‘남조선’ 혹은 ‘남조선 괴뢰’ 등으로 불러왔는데, 최근 ‘대한민국’과 ‘남조선’을 혼용해 사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일시적인 혼동인지 치밀한 계획인지 논란이 이어지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전문가는 북한이 ‘대한민국’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아 왔지만 실수로 사용했을 개연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대한민국’은 대외메시지이고 ‘남조선’은 대내용으로 구분해서 지속적으로 정책화해 사용할지 일회성으로 끝날지, 아니면 당장 그 효과를 판단하는 과도기를 가질지 지켜봐야 한다. 또 그 의도를 파악해 담론경쟁에서도 밀리지 말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북한 노동당 부부장을 맡고 있는 김여정 지난 10~11일 이틀에 걸쳐 주한미군 정찰기의 북한 EEZ 상공 비행에 대한 비난 담화를 냈다. 그녀는 10일 담화에선 “《대한민국》의 합동참모본부”, “《대한민국》족속” 등 표현을 썼고 11일 담화에서는 “《대한민국》의 군부”라는 표현을 썼다. 이례적으로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이다.

북한에서 겹화살괄호 '≪≫'는 우리의 따옴표에 해당해 강조의 의미로 쓰인다. 북한은 미국 등 다른 나라를 지칭할 때에는 국가명에 이와 같은 특수기호를 씌우지 않지만 공식 명칭을 사용할 때에는 '《미합중국》'과 같이 표기한다.

이에 비추어 보면 북한이 이번 담화를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기보다는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표현을 그대로 인용했을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다 북한은 지난 13일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을 시험발사(지난 12일)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예전 ‘남조선’ 명칭을 다시 사용했다. 김정은이 발사 현지지도에 나서면서 “미제와 남조선 괴뢰 역도들이 부질없는 반공화국 적대시 정책의 수치스러운 패배를 절망 속에 자인하고 단념할 때까지 보다 강력한 군사적 공세를 연속적으로 취해나갈 것”이라면서 남한을 ‘남조선 괴뢰’라고 표현했다.

조선중앙TV가 전날 있었던 ICBM 화성-18형 시험발사를 참관하는 김정일 국무위원장 관련 내용을 13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조선중앙TV가 전날 있었던 ICBM 화성-18형 시험발사를 참관하는 김정일 국무위원장 관련 내용을 13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전문가들은 김여정 담화의 《대한민국》의 표현이 담긴 건 북한 내부 주민들이 볼 수 없는 대외 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며, 김정은의 '미제와 남조선 괴뢰 역도' 표현이 담긴 매체는 대내용 선전매체인 노동신문이라며 그 이중성을 지적했다.

또 일각에선 북한이 남측을 한민족으로서 통일 대상으로 본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국가 대 국가’로 보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대북 주무부처인 통일부와 대북 전문가들의 공통적으로 북한의 속내를 예단하긴 아직은 이르다는 목소리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13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김 부부장이 ‘대한민국’이라는 호칭을 쓴 의도에 대한 질문을 받자 “조금 더 볼 필요가 있다”며 “아직 어느 쪽으로 결정하는 건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반길주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대한민국이라는 용어 사용을 통해 ‘한민족’이 아니라 ‘두 개의 한국’을 강조함으로써 이질감과 적대감을 증폭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반 책임연구원은 "두 개의 한국을 의도했다고 북한이 적화통일이라는 목표를 포기했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한국 정부가 ‘신통일미래구상’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한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통일의 미래 모습’을 원천적으로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도 밑바탕에 깔려있을 개연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반 책임연구원은 "갈등과 충돌구도를 부인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두 개의 한국’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한국과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운운하며 담론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북한의 다양한 의도를 치밀하게 파악해서 담론경쟁의 주도권을 선점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8월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주재하며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토론자로 나서 공개 연설을 통해 남측에 의해 코로나19가 북에 유입됐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보복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위협했다. 사진 =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8월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주재하며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토론자로 나서 공개 연설을 통해 남측에 의해 코로나19가 북에 유입됐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보복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위협했다. 사진 = 조선중앙TV 캡처
한편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7월 14일자 이슈브리프에 따르면 김여정의 담화에서처럼 북한이 남한을 대한민국이라고 지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각종 국제경기대회나 남북회담의 합의문서 등에서 대한민국이라는 호칭을 사용한 바 있다. 또한, 제3자의 발언이나 외국 언론 기사를 인용하는 경우에도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겹화살괄호 '≪≫' 인용부호를 붙여서 명기한 바가 없지 않다.
즉, 북한은 남한의 국제법적 지위를 인정 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나 타국인들의 발언을 인용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이라는 용어를 이미 사용한 바가 있다고 전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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