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김규성의 인사이트] 인구문제, 특단의 대책은 있을까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18 18:20

수정 2023.07.18 18:20

[김규성의 인사이트] 인구문제, 특단의 대책은 있을까
인구문제에 특단의 대책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 사회가 현 수준의 인구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0.78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비교대상조차 없는 꼴찌다. 1984년 2명대에서 1명대로 내려앉았다. 2018년 1명대가 깨졌다. 우리 사회 미래상에서 소멸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이처럼 우울하고 회의적인 분위기 속에 근래 방한한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내놓았던 저출산 극복 해법은 의외로 명쾌했다. "한국다운 것이 변해야 한다"고 했다. 설명은 없었지만 한국다운 것은 아마 가부장제와 가족 중심주의, 과도한 노동시간과 성별 임금격차, 입시 과열과 높은 사교육비, 비혼출산을 터부시하는 문화 등일 것이다.

'특단의 대책'은 웬만한 건 다 해봤지만 결과가 시원찮았을 때 요청한다. 콜먼 교수의 조언도 2005년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꼽았던 과제들에 포함돼 있다. 진전도 상당하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지속돼 온 육아는 오롯이 여성 몫이라는 사회적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2021년 육아휴직자 4명 중 1명은 남성일 정도다. 일·가정 양립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확산됐다. 유연근무제 활용도 늘고 있다. 포스코는 이미 3년 전부터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결론적으로 저명한 인구학자의 진단은 상당부분 핵심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숱한 대책에도 인구감소 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다. 출산율은 0.70명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바닥 밑 지하실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 성과를 내세울 분위기도 아니다. 2005년부터 280조원을 썼는데 저출산 대책의 결과가 도대체 뭐냐는 의구심은 여전하다. 위기일수록 차분하게 살펴야 한다. 같은 저출산 상황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나은 출산율 1.26명인 일본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구전문가들은 '0.78명 대 1.26명'이라는 한일 간 격차는 주거·사교육 부담의 차이에서 온다고 분석한다. 일본은 전세제도가 없어 억대의 주거비 없이도 결혼이 가능하다. 사교육 문제도 우리나라만큼 심각하지 않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걸림돌이 되는 입시·주거 대책을 종합적이고 지속적으로 병행하는 게 해법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가는 것은 당연한 전제다. 청년층을 만족시켜야 그들은 미래를 꿈꾼다. 수도권 블랙홀도 깨야 한다. 일본이 1.3명대에서 출산율을 방어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보다 수도권 쏠림이 덜해서이기도 하다. 대표적 산업도시인 울산의 최근 인구순유출이 전국 1위이고, 이 중 20대가 42.5%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구라는 둑에 구멍은 여럿 났다. 급속한 고령화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겪으면서 버텨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더 안 좋다. 한방에 훅 갈 수 있다. 쓰나미로 악화되는 건 막아야 한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사회적 컨센서스는 형성돼 있다.
청년층을 얼마나 합류시킬지가 관건이다. 청년층에 무엇이 필요하냐고 직접 물어보는 게 답이다.
청년을 중심에 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mirror@fnnews.com 경제부 부국장 세종본부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