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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폭탄' 맞은 장바구니 물가… 상추값 한달새 4배 뛰었다 [물가 다시 들썩]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23 17:57

수정 2023.07.23 17:57

호우로 농경지 침수 등 작물 피해.. 오이·애호박 등 도매가 2~3배 ↑
큰비 이후 폭염 예보에 추석까지.. 먹거리 위주로 물가 급등 가능성
집중호우, 폭염으로 상추 등 채소류 도매가격이 오르면서 장바구니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2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채소류를 살피고 있다. 뉴시스
집중호우, 폭염으로 상추 등 채소류 도매가격이 오르면서 장바구니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2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채소류를 살피고 있다. 뉴시스
전국에 내린 '물폭탄' 후폭풍이 장바구니 물가로 번졌다. 침수피해가 몰렸던 채소 가격은 먼저 들썩이고 있다. 이미 발생한 피해만으로도 가격 상승세가 한 달 넘게 갈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상추나 시금치 등 일부 품목에 대해 할인지원에 나섰지만, 앞으로 큰비가 계속 예고돼 있어 물가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농식품, 200~300% 급등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1일 기준 적상추(상품) 도매가격(전국 평균)은 4㎏에 8만3520원으로, 한 달 전의 1만8700원보다 346.6% 급등했다. 1년 전(4만2496원)보다는 96.5% 높고, 평년 가격보다는 171.8% 비쌌다.

청상추(상품) 도매가격 역시 4㎏에 9만360원으로 한달 새 374.3% 올랐다. 1개월 전 가격은 1만9052원이다. 시금치(상품) 도매가격은 4㎏에 5만5660원으로, 한 달 전의 1만8108원과 비교해 207.4% 상승했다. 1년 전보다 10.5% 높고, 평년에 비해서는 121.% 비쌌다. 장맛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10일에는 4㎏에 3만6420원가량이었는데, 20일 새 2만원 가까이(1만9240원) 올랐다.

오이(다다기 계통·상품) 도매가격도 이날 100개에 14만1250원으로, 한 달 전(4만740원)과 비교해 246.7% 급등했다. 얼갈이배추는 4㎏에 1만7620원으로 한 달 전(6250원)보다 181.9% 올랐고 애호박과 토마토 도매가격도 한 달 전과 비교해 각각 138.8%, 5.8% 상승했다.

농산물 가격이 줄줄이 오른 것은 무더위에 지난 10일 집중호우가 시작되며 농작물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18일 기준으로 농경지 3만1000여㏊가 침수 또는 낙과, 유실·매몰됐고, 35㏊ 상당의 시설물이 파손됐다. 닭과 오리, 소, 돼지 등 69만3000마리에 달하는 가축이 폐사했다.

■장마 후 폭염·추석…불안요인 산적

문제는 앞으로 전국 곳곳에서 역대 최다 강수량이 예고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장마 이후 폭염이 지속되면 고랭지 배추·무 병해와 가축 질병 확산도 가능성도 크다. 장마 이후에는 폭염과 여름 태풍, 두 달여 남은 추석도 물가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추석은 단기간에 먹거리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상방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추석이 있었던 9월 소비자물가에 따르면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같은 달 대비 12.8% 올랐다. 원재료인 농산물 물가가 상승하면 외식 물가도 연이어 자극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9월 외식물가가 9.0% 급등해 30년 2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농할상품권 발행 등을 통해 상추와 시금치, 닭고기 등은 최대 3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다음달 수입 닭고기 3만t을 무관세 도입하기로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집중호우 피해가 밥상물가 불안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수급안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호우 피해 지원과 신속한 복구에 재정, 세제, 금융 등 모든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바우처 등 재정투입을 통한 물가안정은 오히려 추후 물가를 더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 비축분과 대체상품을 통해 먹거리 물가를 세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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