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분양계약 후 사본 못받았다며 계약 무효…대법 "약관법 위반 아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25 12:48

수정 2023.07.25 12:48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파이낸셜뉴스] 계약 체결 당시가 아니라면, 약관 사본 교부를 요구하는 고객 요청에 응하지 않더라도 약관법상 계약 무효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씨 등이 분양사·시행사 등을 상대로 낸 계약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신축 예정인 생활숙박시설 5개 호실을 분양받는 계약을 2018년 3월 체결했는데, 계약 당시 인감을 가져오지 않아 서명과 지장을 찍는 방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A씨는 사흘 뒤까지 인감과 인감증명서를 지참해 문서를 보완하기로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런데 4월 A씨는 시행사와 분양사에 계약서 등 사본을 보내줄 것을 요구했는데, 담당 직원은 문서 보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A씨는 두 차례 독촉에도 잔금을 입금하지 않자 시행사와 분양사 측은 공급계약이 해제됐고 위약금을 지불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러자 A씨는 계약 취소를 주장하며 계약금 반환 소송을 냈다. 시행사와 분양사 측이 계약사 사본을 요구한 자신을 요구한 이상 약관법에 따라 계약 무효라는 것이 A씨 주장이었다. 이에 맞서 시행사와 분양사 측도 위약금 지급을 요구하는 반소(맞소송)을 냈다.

이 사건은 약관법 3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쟁점이었다. 약관법 3조2항은 사업자가 계약을 체결할 때 고객에게 약관 내용을 분명히 밝히고 고객이 요구하면 약관 사본을 고객에게 내줘야 한다고 규정한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으면 3조4항에 따라 계약은 무효가 된다.

1심은 시행사와 분양사 승소 판결했지만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고 A씨 손을 들었다. 사업자의 약관 사본 교부의무는 계약 체결 시점에 한정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은 언제든지 사업자에게 약관의 교부를 요구할 수 있고 사업자는 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2심 판단이다.

즉, 시행사와 분양사 측이 A씨 약관 사본 교부요구를 거절함으로써 약관법을 어긴 만큼 양측 계약은 무효라는 취지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약관법 3조가 규정하는 계약 무효 사유는 "고객이 계약 체결 당시 사업자에게 약관 사본을 내줄 것을 요구해 사업자가 약관 사본 교부의무를 부담하게 됐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봤다. 계약이 체결된 이후 고객이 사업자에게 약관의 사본을 내줄 것을 요구하고 사업자가 이에 불응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A씨는 공급계약 체결 이후 시행사와 분양사에 계약서 사본 등의 교부를 요구했으므로 이에 응하지 않더라도 약관법을 위반해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