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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담배꽁초 널린 어느 '선진국'의 먹자골목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25 15:04

수정 2023.07.25 15:04

[기자수첩]담배꽁초 널린 어느 '선진국'의 먹자골목
[파이낸셜뉴스] 흡연자들에게 묻고 싶다. 길에서 피우고 남은 담배꽁초는 어떻게 처리하나. 한국인이라면 10명의 8~9명은 꽁초를 길바닥에 버린다고 대답할 것이다. 실제 그러했다. 지난 4일 점심시간 강남대로 이면 먹자골목에서 만난 샐러리맨 상당수는 식사 중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는 담배꽁초를 길바닥에 버렸다. 버리는 장소도 제각각이었다. 어떤 이는 하수구 맨홀 구멍에 넣는가 하면, 어떤 이는 담뱃불을 발로 짓눌러 끄고는 갓길로 걷어찼다.


담배꽁초를 길바닥에 버리지 말아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담배꽁초가 토사와 함께 배수구를 막아 장마 시즌 도시 침수의 원인으로 지목받기 때문이 아니다. 담배꽁초의 무단투기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과태료의 부과 대상이기 때문만도 아니다. 자신의 쓰레기는 공공장소에 버리지 않는다는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바른생활' 시간에 배우는 공중도덕의 기초 중 기초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G20 정상회담에 구성원으로서 이름을 올리고 있고 국제연합(UN) 통계국 등을 비롯한 각종 국제기구로부터 선진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물론 세계자본주의에서 한국자본주의가 차지하는 위상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는 있지만, 확실한 것은 1960~1970년대 신흥공업국(NICs)으로 도약한 한국이 현재인 2023년 중진국과 선진국, 양자 사이 어딘가를 부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내외 사정이 이러한데, 아직도 서울 한복판에서는 길바닥에 담배꽁초가 널려있다. 서울시를 통해 입수한 '2020 환경부 담배꽁초 관리체계 마련 연구용역'에 따르면, 서울시내 길거리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는 2020년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1247만개라고 한다.

기자의 일본 유학 시절 흡연을 한 친구들은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었다.
휴대용 재떨이를 별도로 들고 다니던가, 다 피우고 남은 담배꽁초를 다시금 담뱃갑에 넣어 보관하곤 했다. 한국인이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일본인 친구의 말을 빌려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 어떠한 멋있는 건물을 짓는다고 한들 그 주변 길바닥에 담배꽁초가 가득하다면 그 건물은 절대 멋있어 보이지 않을 것이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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