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아직도 개를 먹냐" vs "먹을 권리 왜 규제하나"[입장 들어봤습니다]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25 14:53

수정 2023.07.25 14:53

중복인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 동물보호단체 행강, 1500만반려인연대 등 시민단체가 개 식용 금지법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뉴스1
중복인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 동물보호단체 행강, 1500만반려인연대 등 시민단체가 개 식용 금지법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초복을 앞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본점 앞에서 대형 아이스박스를 둘러싸고 승강이가 벌어졌다. 개 식용을 막으면 안된다는 대한육견협회 회원 20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스박스에 담아온 개고기를 꺼내먹겠다고 하자 경찰이 이를 막아선 것이다. 같은 시각 도로 대각선 건너편에서는 동물보호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개 식용 종식 촉구집회를 열었다. 육견협회가 이들의 집회에 맞불을 놓으면서 '개고기 시식'을 한 셈이다.


개 식용 문제는 해묵은 논쟁거리지만 매해 복날만 되면 나오는 문제다. 특히 지난달 개 식용 금지에 대한 조례안이 심사보류되면서 다시 한번 이슈로 떠올랐다. 대다수 시민들은 개 식용 반대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먹는 걸 강제할 수 없다는 의견 또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사회적 합의 안됐다" 개 식용 조례 심사 보류

지난달 28일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는 '개·고양이 식용금지에 관한 조례안'을 심사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조례안은 원산지·유통처 등이 불명확한 개고기의 비위생적인 실태를 서울시가 집중 단속하고 개고기를 취급하는 업체에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시의회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국회가 상위법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심사를 보류했다.

실제 이번 조례안과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서울시의회는 물론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국민 여론과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번번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제10대 서울시의회에서 발의된 관련 조례안도 상정되지도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지된 바 있다.

현재 서울시에서 개고기를 취급하는 음식점은 여전히 200여곳 정도다. 지난 2019년 시가 ‘개 도축 제로 도시 서울’을 선언한 이후 서울에서 식용개를 기르는 유통업소나 도축장은 사라졌으나 현재 229곳의 음식점에서 개고기를 취급하고 있다.

개·고양이 식용 금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동물학대와 불법행위를 이유로 신속하고 확실한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가축'으로 명시되지 않은 개·고양이 도살은 동물보호법과 축산물 위생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하는 식품 원료도 아니어서 보신탕 판매는 식품위생법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개 식용 '시대 착오'

전세계적으로 반려인구가 늘고 있어 시대 착오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류혜정씨(34)는 "반려인구가 늘어나고 있고 애완동물을 직접 키우지 않더라도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커지는 상황에서 개 식용은 시대착오적인 행위다"며 "먹을 게 너무 많고 대체육이 나오는 시대에 개뿐만 아니라 과도한 육식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박모씨(28)는 "개 식용을 허용하는 국가 자체가 소수인 만큼 개 식용 금지는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다"며 "반려동물 인식 조사에서도 시민들 인식이 개를 식용의 대상 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로서 바라보는 시각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씨는 "수 년간 개식용 찬성·반대 양측 의견이 팽팽했던 이유는 축산법, 축산물 위생관리법, 동물보호법 등 현행 법에서 개 식용 모호하게 정의하고 있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며 "개식용 문제 해결 쟁점은 결국 법 개정을 어떻게 하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병진씨(37)는 "반려견은 내 짝이라는 의미인데 내 짝을 먹을 수는 없기 때문에 반대한다"며 "반려견을 키우지는 않지만 우리 삶에 밀접하게 들어와있고 같이 숨쉬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개를 식용한다는 것은 살인에 가까운 감정이 들어 거부감이 크다"고 말했다.

"반려와 식용은 엄연히 달라"

개 식용의 문제는 일종의 권리라는 시민들의 입장도 나왔다. 대학원생인 이모씨(29)는 "어차피 점점 개 식용 인구가 줄어들 고 있는데 굳이 조례까지 만들 필요가 있는 지 모르겠다"며 "다만 소나 돼지처럼 적절한곳에서 잘키우다가 인도적으로 처리 할수있어야 하는게 선행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피해는 불법 개농장 등에서 나온 먹거리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구모씨(31)는 "강아지를 키우는 입장에서 개고기를 먹는 것을 찬성할 수 는 없지만 그렇다고 반대할 수도 없다고 본다"며 "개를 먹는 것은 한국에선 '전통'으로 남아있는 풍습 중의 하나이다.
또한 개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는 과학적 근거도 사회적 합의도 이루어 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씨는 "이러한 문제는 동성애·성소수자 문제와 비슷하다"며 "이성애자인 내 입장에선 동성애를 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그것을 비난하거나 반대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가정주부인 강모씨(60) 또한 "반려인구가 늘어나고 개 식용을 두고 찬반 논쟁이 나오고 있지만 반려와 식용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예를 들어 돼지를 키우는 사람이 많아진다고 해서 돼지고기 먹는것을 반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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