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혼돈의 이스라엘… 미국에선 "군사원조 끊어야"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25 18:18

수정 2023.07.25 18:18

의회, 사법부 무력화 법안 가결
독재 현실화에 시민들 시위 격화
美 의원들 "군사지원 재검토를"
이스라엘 경찰이 24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사법 정비' 입법을 반대하는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추진하는 이번 입법은 사법부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이날 독회를 열고 첫 번째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 경찰이 24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사법 정비' 입법을 반대하는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추진하는 이번 입법은 사법부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이날 독회를 열고 첫 번째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 의회가 시민들의 거센 반발 속에서도 대법원이 정부 결정을 가로막을 수 없도록 하는 무력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련의 사법부 무력화 법안 가운데 첫번째 법안이 통과됐다. 시민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미국 백악관도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24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세트는 '사법부 무력화' 법안을 64-0으로 통과시켰다. 야당 의원들은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대신 연정 참여 정당 의원들 모두가 찬성표를 던졌다.

의회 바깥에서는 분노한 시민들의 거센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대는 의사당 안으로 진입하려고 했지만 가시 철사 바리케이드와 물대포로 무장한 경찰에 제지됐다. 시위대 최소 19명이 체포됐고 상당수가 부상을 입었다.

이날 의회를 통과한 법안에 따라 이스라엘 최고법원인 대법원은 앞으로 장관 임명 등 행정부 주요 정책 결정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

의회를 장악한 행정부가 독주하는 것을 사법부가 견제할 수 없도록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스라엘 극우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이른바 '사법정비'는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

시위대는 이날 경찰과 대규모로 충돌했고, 법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시위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 시민단체는 막 통과한 법안에 대한 위헌심사를 대법원에 청구했다.

기업들도 파업으로 시위에 동참했다. 150여 대기업과 은행들의 모임인 이스라엘 비즈니스포럼은 이날 하루 총파업을 선언했다. 또 이스라엘 최대 노조단체인 이스라엘노동자총연맹(히스타드루트)은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스라엘 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법안 표결이 시작되자 텔아비브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섰고, 이스라엘 통화인 셰켈 가치는 떨어졌다.

미 백악관이 법안을 맹렬히 비난하는 가운데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를 지낸 마틴 인디크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군사지원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협상을 위한 미 특별대사를 지내기도 했던 인디크는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제는 두 발로 설 때"라면서 "스스로 미국의 지원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그동안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지원 철회를 단 한 번도 검토한 적이 없지만 최근 미 의원들 사이에서는 군사지원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미국 대사를 지낸 댄 쿠르처도 인디크와 함께 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군사원조를 재검토할 시기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한 해 이스라엘에 38억달러 규모의 군사지원을 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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