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바람 불어도 날 수 없는 깃발, 저와 같아".. 예술가의 눈으로 본 극지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27 13:34

수정 2023.07.27 13:34

예술위, 인천공항서 '남극/북극 출발→인천공항 도착'展
홍기원 작가의 '울프 트랩(Wolf Trap)' / 극지연구소 제공
홍기원 작가의 '울프 트랩(Wolf Trap)' / 극지연구소 제공

"바람에 흔들리는데, 날아가지 못하는 깃발이 저와 같았습니다."(김승영 작가)

남극 세종과학기지로부터 출발한 작가들과 한국 최초의 쇄빙선 아라온호를 타고 북극해를 다녀온 작가들의 시선이 담긴 작품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과 극지가 영구 체류 못하는 점이 닮은 만큼 이번 전시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해 두 공간을 연결하는 색다른 작품들이 선보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극지연구소,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함께 오는 11월 30일까지 극지를 주제로 한 전시 '남극/북극 출발→인천공항 도착'을 공동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전시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내 전시공간(253번 게이트 인근)에서 만날 수 있다. 예술위와 극지연구소가 운영하는 극지 레지던스에 참가한 김승영, 조광희, 손광주, 김세진, 염지혜, 이정화, 홍기원 작가의 설치 및 미디어 작품 7점을 선보인다.


'남극/북극 출발→인천공항 도착'이라는 제목처럼 작품을 통해 극지의 생생함을 전한다. 극지의 풍경이 담긴 작품에는 남극과 북극의 험난한 환경에 뛰어들어 가장 가까이에서 극지를 마주하며 여름을 보낸 예술가들의 경험이 녹아있다.

특히, 한국 최초의 쇄빙선 아라온호를 타고 북극해를 다녀온 홍기원 작가는 과학자의 끊임없는 도전, 자유로운 실험정신을 의미하는 영문 제목 'Wolf Trap'으로 예술과 과학의 접점을 모색하는 자신의 방향을 표현했다. 지난해 아라온호 승선 당시 촬영한 과학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과학과 예술이 가지고 있는 울림과 그 교차점을 바라보는 것이다.

홍 작가는 "과학을 연구해가는 과정에 저를 포함한 관람객들이 자기 입장에 따라 굉장히 와 닿을 수 있는 삶의 태도와 혜안, 일상을 대하는 태도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부분들을 작품에 풀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조광희 작가의 '아름다운 소멸' / 극지연구소 제공
조광희 작가의 '아름다운 소멸' / 극지연구소 제공

조광희 작가는 한달여간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거주했던 경험을 토대로 얼음들이 녹는 찰나의 순간을 '아름다운 소멸'이라는 작품으로 표현했다. '아름다운 소멸'은 여름을 맞아 기온 상승으로 빙산이 유빙이 돼 사람 크기 만한 얼음들이 집단으로 녹고있는 풍경을 담아낸 작품이다. 비디오 영상인 이 작품은 스크린을 가득 채운 남극의 얼음이 서서히 녹는 모습과 녹는 소리로 12년 후 현재의 남극을 상상해 보게 한다.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있었던 김승영 작가도 작품 '플래그(Flag)'를 통해 남극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았다. 진공 상태의 푸른 유리병 안에 들어가 있는 기분으로 남극의 백야를 표현한 것이다. 하늘과 구름, 눈 덮인 산과 바다가 서로 닮아 있는 정지된 듯한 풍경 속에 멀리 깃발만 흔들리는 게 특징이다.


김 작가는 "바람에 흔들리는 깃발이 어떤 깃대에 매달려 있고 날아가지 못함에도 계속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 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2011년 극지 레지던스에 참가해 세종기지에 가 보았던 경험이 그 당시의 어떤 기억으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이어져오는 느낌이 들어 이번 전시가 보람 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상시 관람이 가능하며 따로 입장료는 없다.
전시 장소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내 탑승구역에 있기 때문에 해당 터미널을 통해 출국 또는 경유 시에만 관람이 가능하다.

김승영 작가의 '플래그(Flag)' / 극지연구소 제공
김승영 작가의 '플래그(Flag)' / 극지연구소 제공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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