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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에 반격' 현대차·BMW 등 7개사 충전동맹...美서 3만개 충전소 설치 [FN 모빌리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27 11:54

수정 2023.07.27 11:54

현대차, 기아, BMW, 스텔란티스, 혼다, GM, 벤츠
7개사 약 10억 달러 투자해 美에 충전소 설치
'테슬라 NACS 충전방식 표준될라'...맞불작전
美를 시작으로 캐나다로도 확대
테슬라의 고속충전기 '슈퍼차저'. 로이터 뉴스1
테슬라의 고속충전기 '슈퍼차저'. 로이터 뉴스1
[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기아, BMW, 제너럴모터스(GM), 혼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텔란티스 등 7개사가 미국에서 '충전동맹'을 결성했다. 미국 전역에 최소 3만여개 충전소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급속충전을 강점으로 하는 통합충전시스템(CCS)을 택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북미표준충전(NACS)를 앞세워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는 테슬라에 반격을 가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 2만2천 충전소 vs. 현대차 등 3만개소 설치 작전
현대차와 기아, GM 등 이들 7개 완성차 업체들은 26일(현지시간)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북미 지역의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전역 고속도로와 시내 등지에 최소 3만개 이상의 고출력 충전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첫 충전소 설치 시점은 내년 여름이다. 미국을 필두로, 이후에는 캐나다로 확대한다. 각 충전소에는 여러 대의 고출력 DC 충전기가 설치된다. 전력은 100% 재생에너지에 기반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국내 초고속 충전소.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국내 초고속 충전소. 현대차그룹
이 7개 연합 충전소에서는 미국 표준인 CCS와 테슬라의 충전 규격인 NACS 커넥터를 함께 제공한다. CCS충전방식에서 이달 초 NACS로 전환을 선언한 벤츠와 GM을 제외한, 나머지 5개사는 CCS을 택하고 있다. NACS 전환을 선언한 벤츠와 GM까지 포함시킨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테슬라가 충전소 개방 전략으로 GM·포드·리비안·닛산·볼보·폴스타 등을 테슬라 진영으로 이끌었 듯, 이들 7개사 역시 테슬라 충전방식 전기차에게도 충전소를 열어놓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맞불 전략이다. 현재 계획은 최소 3만여개 충전소 설치다. 미국 내 2만2000개 충전소를 보유한 테슬라와 충전소 설치 경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10년 넘게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확장한 테슬라는 미국 전체 고속 충전소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테슬라 충전 커넥터. AP뉴시스
테슬라 충전 커넥터. AP뉴시스

전기차 이용자들은 충전소가 많은 곳을 택하기 마련이다. 판매와 직결된 문제다. 완성차들은 테슬라 충전소와 충전앱을 통한 차량 운행정보 등 각종 데이터가 넘어갈 가능성, 테슬라 충전이 대세 표준이 될 경우에 벌어질 각종 문제들을 매우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다. 아울러 NACS보다 충전속도가 빠른 CCS의 강점을 포기해가면서, 테슬라 충전시스템에 편입되고 싶지는 않다는 속내도 강하다. 충전소 부대사업을 통한 고객과의 접점을 놓치는 것 역시, 테슬라 슈퍼차저 편입에 신중한 이유다.

7개사 역시 "가능한 곳에는 캐노피(지붕과 같은 덮개)를 설치하고 화장실과 음식 서비스, 소매점 등 편의시설을 충전소 단지 안이나 인근에 배치할 것이며, 일부 플래그십 충전소에는 추가 편의시설을 설치해 충전의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억 달러 투자...NACS, CCS 동시 개방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의 테슬라 충전소. AFP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의 테슬라 충전소. AFP 연합뉴스

이들은 공동 충전 네트워크 구축 계획이 미 정부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한 보조금 프로그램(NEVI)의 요건을 충족해 공적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조인트벤처는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올해 안에 설립될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인 투자금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최소 10억 달러(1조2750억원)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7월 현재 미국에 3만2000대의 공공 DC 고속 충전기가 있으며, 이를 230만대의 전기차가 이용하고 있어 충전기 1대당 차량 비율이 72대 수준이다. 또 미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2030년까지 도로에서 운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3000만∼4200만대의 플러그인(충전) 차량을 지원하려면 18만2000대의 DC 고속 충전기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의 이번 프로젝트 투자는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현대차의 비전과 일치한다"며 "광범위한 고출력 충전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다른 주주들과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강력한 충전 네트워크는 모두가 동일한 조건에서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상생의 정신으로 함께 구축해야 한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의 집단 지성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BMW그룹 올리버 집세 CEO는 "북미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이며, 고속 충전에 대한 접근성은 이런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며 "전기차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충전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로 이 합작 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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