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패권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은 반도체법을 만들어 5년간 총 527억 달러를 생산보조금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중국은 인재를 제1자원으로 규정하고 인재강국으로 우뚝 서겠다고 한다. 최근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치거나 인류의 삶을 위협했던 코로나19 팬데믹, 공급망 위기 등도 결국 첨단기술이 그 해법이자 원인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변화에 더해 가치와 문화, 기술 등이 서로 융합되면서 몇 년 후의 미래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자산은 과학기술이고 과학기술을 이끌어가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우리 내부를 조금은 냉정하게 들여다 보자. 영어유치원, 초등 의대반, 각종 사교육 열풍 등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교육현장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인구절벽에 직면해 양적으로도 부족해지는 인재가 특정 분야에만 쏠리고 있어 우리나라의 미래가 걱정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정부는 지난 5월 관례부처 합동으로 '이공분야 인재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우수한 인재들이 과학기술 분야, 즉 이공계로 더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저변을 확대하고 연구에 매진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하자는 것이다.
먼저, 대학 안에서는 대학원생을 포함한 신진연구자들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박사후연구원의 지위를 법적으로 명문화하고 대학연구체계를 개선하여 연구자들이 앞으로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유롭게 도전하고 연구 성과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다. 또한 4단계 두뇌한국21 사업에 참여 중인 우수대학원생에게 1년간 해외연수를 지원하는 등 국외 연구와 연수 기회를 확대해 시야를 넓히고 연구의 질적 수준을 향상하도록 지원한다.
대학 밖으로는 우수 이공계 유학생을 적극 유치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인재를 발굴·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준비했다. 이공분야 정부초청장학생(GKS)의 선발 규모를 늘리고 첨단학과 중심의 R&D트랙을 확대해 글로벌 인재 유치 기반을 마련한다. 우수 영재학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과학고에 탄력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허용하는 등 제도개선을 통해 이공인재의 저변을 확대한다. 아울러 국내신규박사 실태조사, 고등교육 기본통계 등 이공인재 관련 통계를 연계·분석하고 추적조사를 최초로 시도해 인재DB를 고도화함으로써 이공인재의 발굴·양성·지원을 전주기적으로 관리한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있더라도 우수인재가 의료계로 편중되는 현실이 단시간 내에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긴 호흡을 가지고 '창의적 과학기술 인재'를 소중히 여기는 정책을 꾸준히 펼쳐 나간다면 반드시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람에 투자하지 않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고 한다. 취리히 공과대학이 20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스위스의 과학기술 발전과 산업 성장을 견인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끈질긴 투자가 있었을까?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우리나라 또한 이미 그 길을 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에 이름을 남길 인재가 우리 가까이 있다. 그들을 통해 만들어질 미래, 우리나라가 세계를 이끌어 가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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