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암컷 초파리, 수컷 없이도 번식에 성공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28 23:00

수정 2023.07.28 23:00

영국 연구진, 초파리 처녀생식 성공
수컷 있을땐 교배 통해 알 낳아 번식
해충들이 처녀생식 능력 얻을땐 재앙
노랑초파리. 피터 로렌스 제공
노랑초파리. 피터 로렌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영국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초파리의 유전자를 조작해 수컷 없이 암컷 혼자서도 알을 낳아 번식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 처녀 생식으로 태어난 초파리는 항상 암컷이었으며, 한 번 이 능력이 나타나게 되면 여러 세대에 걸쳐 계속해서 전달됐다. 연구진은 이같은 처녀생식 능력이 해충에게서 생겨나게 된다면 농업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처녀생식 태어난 초파리는 항상 암컷

케임브리지대 알렉시스 스펄링 박사는 6년에 걸쳐 22만마리 이상의 처녀생식 초파리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를 28일 국제 생물학 학술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번식을 교배를 통해 이뤄지며, 암컷의 난자가 수컷의 정자에 의해 수정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새, 도마뱀, 뱀 등 일부 알을 낳는 동물들의 암컷은 자연적으로 수컷 없이 출산할 수 있다.
그러나 보통의 동물들에서는 처녀생식이 드물며, 주로 동물원에서만 관측된다. 이는 암컷이 오랜 시간 동안 격리되고 수컷을 찾을 수 있는 희망이 없을 때 나타난다.

스펄링 박사팀은 우선 두 가지 다른 종의 초파리인 노랑초파리의 유전체를 서열분석, 즉 '시퀀싱'을 했다. 한 종류는 수컷이 필요한 번식방식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종류는 처녀생식만으로 번식한다.

노랑초파리. 피터 로렌스 제공
노랑초파리. 피터 로렌스 제공

연구진은 노랑초파리에서 처녀생식 능력이 수컷없이 번식할 때 켜지거나 꺼지는 유전자들을 식별했다. 이를 통해 처녀생식 능력에 관련된 유전자 후보들을 찾아낸 뒤, 해당 유전자를 수정했다. 그 결과, 암컷과 수컷의 교배를 통해 번식하는 노랑초파리의 유전자를 조작해 처녀생식에 성공했다.

처녀생식 능력 갖춘 2세대도 후손 번식

또 처녀생식으로 태어난 노랑초파리를 이용해 계속해서 실험했다. 처녀생식 능력을 갖춘 두 번째 세대의 암컷 파리 중 오직 1~2%만이 후손을 낳았다. 이는 주변에 수컷 파리가 없을 때에만 처녀생식이 이뤄졌다.

처녀생식 능력이 있음에도 수컷이 존재할 경우 암컷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교배하고 번식했다. 스펄링 교수는 "우리가 유전적으로 조작한 파리들에서 암컷은 자신의 수명 절반인 약 40일 동안 수컷을 찾다가 결국 포기하고 혼자서 알을 낳았다"고 말했다. 처녀생식으로 태어난 후손들은 어미의 완전한 복제본은 아니지만 유전적으로 매우 비슷했으며, 항상 암컷이었다.

스퍼링 박사는 최근 케임브리지 작물과학 센터로 이동해 작물 해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해충 종에서 처녀생식이 왜 더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그녀는 "만약 해충들에게 처녀생식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충들이 이 방법으로만 번식하게 된다면, 해충의 번식능력은 배가 돼 농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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