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적반하장식 벙찌는 내용 가득한'..북한판 남한인권보고서 왜곡 심각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2 06:00

수정 2023.08.02 06:00

 -통일부 '북한인권보고서' 흉내 "정치적 자유와 생존권 유린" 묘사   -北 적반하장식 남한 인권 비판, 인권 희화화 '맞불' 말장난 수준   -인권 무시'와 '남남갈등 유도'라는 두 가지 포석, 회색지대 공세   -자유지수 세계 최하위권 북한, 최상위권 평가 남한 꾸짖어...   -국제사회와 연대 가속화 북한 인권 실상 적극 알리기 나서야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전승절'(6ㆍ25전쟁 정전협정기념일) 70주년인 지난달 27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달 28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전승절'(6ㆍ25전쟁 정전협정기념일) 70주년인 지난달 27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달 28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최근 우리 정부가 내놓은 북한인권보고서에 맞불을 놓으며 한국의 인권 상황을 억지비판하는 책자를 발간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평양출판사는 남측의 인권 상황을 '전방위적으로' 헐뜯는 내용으로 가득한 '인권동토대'라는 제목의 책을 지난달 21일 냈다.

이는 통일부가 지난 3월 말 내놓은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정면으로 맞대응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따라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정부가 북한인권보고서를 내놓은 직후부터 선전매체를 동원해 "모략과 날조"라고 강하게 반발해 왔다.


■남한사회 부조리 가득찬 '인권말살지옥' 사회 묘사

세부 주제마저 동일하게 구성해 '인권동토대'라는 책자가 북한인권보고서에 맞대응하는 성격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총 95페이지 분량의 이 책은 머리말에서 "인간의 정치적 자유와 초보적인 생존의 권리마저 깡그리 유린하는 세계 최악의 인권불모지, 인권동토대인 남조선의 인권실상을 파헤쳐본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 책자에서 일부 사례를 들어 남한 사회가 높은 자살률과 실업난, 산업재해, 여성·장애인 차별, 아동학대 등으로 가득찬 것으로 오도해 묘사했다.

주한미군을 주둔에 대해선 "수십 년 세월 남조선의 하늘과 땅, 바다를 제 것처럼 차지하고 환경오염과 살인, 강도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적었다.

이 북한판 인권보고서는 △시민적·정치적 권리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취약계층 △정치범수용소·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 등 4개를 주제로 했다.

구체적 내용은 다시 4개 주제로 나누어 △여지없이 말살되는 사회정치적권리 △무참히 짓밟히는 경제문화적권리 △범죄와 여성천시, 패륜패덕의 난무장 △침략자의 군화 밑에서 신음하는 인권 등으로 구성했다.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지난달 22일 "남측은 윤석열 정부 들어 '인권말살지옥'이 됐다"며 "(남측이) 그 누구의 인권을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언어도단"이라고 힐난한 바 있다.

호주 인권단체 워크프리재단(WFF)이 발표한 ‘2018 세계노예지수(Global Slavery Index)’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강제노역이나 강제 결혼 등으로 현대판 노예 처지에 몰린 사람은 세계 전역에서 약 403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소녀를 비롯한 여성은 약 71%, 나머지는 소년을 포함한 남성이었다. 또 지난 5년 동안 약 8900만명이 수일부터 수년까지 어떤 형태로든 노예 상황을 겪었다. 사진=뉴시스
호주 인권단체 워크프리재단(WFF)이 발표한 ‘2018 세계노예지수(Global Slavery Index)’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강제노역이나 강제 결혼 등으로 현대판 노예 처지에 몰린 사람은 세계 전역에서 약 403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소녀를 비롯한 여성은 약 71%, 나머지는 소년을 포함한 남성이었다. 또 지난 5년 동안 약 8900만명이 수일부터 수년까지 어떤 형태로든 노예 상황을 겪었다. 사진=뉴시스
인권 무시와 남남갈등 유도 포석..최악의 인권국 북한, 보편적 가치인 인권 희화화

전문가들은 북한이 발간한 인권동토대는 북한 정권의 인권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셈이라며 '인권 무시'와 '남남갈등 유도'라는 두 가지 포석이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하고, 한국이 힘을 보태고자 하는 국제사회와 연대를 가속화하면서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 유린 실상 알리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반길주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는 본지에 "우선 ‘인권동토대’ 발간을 통해 북한정권은 자신이 자행해 온 인권 유린을 외면하고 심지어 인권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며 "남북 분단체제 80여년의 역사 진행의 결과 자유와 인권유린 측면에서 극명하게 대비되는 남북간 현실을 말장난으로 눈속임하려는 것은 북한정권의 민낯과 비정상국가로서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 교수는 "최악의 인권으로 비난받고 있는 북한이 한국을 겨냥해 이러한 책자를 발간하는 것은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희화화'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한다"고 지적했다.

■회색지대전략 타파, 국제사회와 연대 가속화해 북한인권 실상 적극 알려야
이어 반 교수는 "북한은 담론 경쟁을 유발시켜 남남갈등을 유도하는 셈법도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저자세로 비판을 받는 정권이 물러나기는 했지만, 대북 저자세 정책에 노출된 5년의 정체성과 관성이 아직 지속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며 "북한은 이 지점을 파고들어 남남갈등을 유도하면서 회색지대 공세를 통한 한국의 안보이익 잠식을 노리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인권 실상 알리기에 더욱 박차를 가함으로써 인권을 희화화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지난 3월 발표한 '2023 세계 자유보고서'에서 북한은 자유지수 100점 만점에 3점을 받아 세계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한국은 총점 83점으로 '완전히 자유로운 국가'로 분류, 평가했다.

1941년 설립된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는 워싱턴 D.C.에 위치한 비정부 기구로, 민주주의, 정치적 자유, 인권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싱크탱크·연구소다.

북한이 노동단련대를 축소 운영하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난 2016년 5월 12일 “중앙에서 노동단련대(꼬빠크)를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주민강연회를 통해 밝혔다"면서 "이번 조치는 남조선과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강제노력동원과 정치범수용소가 많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이 보도했다. 사진=자유아시아방송(RFA) 캡처
북한이 노동단련대를 축소 운영하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난 2016년 5월 12일 “중앙에서 노동단련대(꼬빠크)를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주민강연회를 통해 밝혔다"면서 "이번 조치는 남조선과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강제노력동원과 정치범수용소가 많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이 보도했다. 사진=자유아시아방송(RFA) 캡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