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KT 'CEO 리스크' 이번엔 끝내야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30 18:05

수정 2023.07.30 18:05

[강남시선] KT 'CEO 리스크' 이번엔 끝내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KT 차기 대표 최종 후보가 이번주에 윤곽을 드러낸다.

4개월째 최고경영자(CEO) 공백 사태로 경영 리스크가 가중되고 있는 KT가 이번에는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주에 KT가 발표한 '숏리스트'(차기 대표 최종 후보군)만 놓고 보면 정치권 인사들이 전원 탈락했다는 점에서 '낙하산' 우려를 어느 정도 잠재웠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앞서 KT가 진행한 차기 대표 후보 공모에 많은 정치권 인사 등 27명이 지원했다.

여기에 0.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로부터 1명,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6명, 자격요건을 갖춘 10명가량의 사내 후보군까지 합치면 총 40명에 가까운 후보자가 몰렸다. 특히 공모 지원자격 조건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지식과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를 삭제하면서 ICT 경험이 없는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숏리스트에 정치권 인사들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고 정통 KT맨(박윤영 전 KT 사장), 경쟁사 ICT 전문가(김영섭 전 LG CNS 사장), AI·빅테이터 전문가(차상균 서울대 교수) 등 3명이 이름을 올렸다. 내부 출신을 후보로 내세워 홍역을 치른 아픈 경험과 낙하산 인사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KT 이사회의 고심이 엿보인다.

2만명 넘는 임직원 수에 재계 서열 12위인 KT는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현직 CEO가 검찰 수사를 받거나, 물러나면서 낙하산 인사로 진통을 겪어야 했다. 또한 KT 내부 출신이 잇따라 대표가 되면서 '그들만의 리그' '돌려 막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민영화 이후 대표에 오른 5명 중 3명이 내부 출신이다.

이제 KT는 오랜 CEO 리스크를 끝낼 수 있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놓고 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이 돼야 할까.

무엇보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조직 안정과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우선돼야 한다. KT는 지난해 말부터 경영공백으로 임원 인사, 조직개편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악화된 실적과 주가를 되살리기 위한 전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조직과 업계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구현모 전 대표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오는 2025년까지 비통신 매출 비중을 50%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략을 이어갈지, 아니면 다른 미래 먹거리를 내놓을 수 있을지도 중요하다.
당장의 실적 때문에 과거 지우기에 매몰되지 않고, 보다 멀리 내다보고 조직 안정과 미래 비전을 함께 제시할 수 있는 새 리더를 기대해 본다.

hjkim@fnnews.com 김홍재 정보미디어부장 산업부문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