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조윤제 "팬데믹 금융지원에 기업 리스크 과소평가..'독보적 기술'로 경쟁력 제고"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7.31 17:38

수정 2023.08.01 10:25

조윤제 금융통화위원 韓기업 재무지표 분석 결과
팬데믹 금융지원책에 기업 신용리스크 과소평가 가능성
기업대출 많아져 금리인상 등 외부환경 변화에 취약
영업이익률 제고 위해 '독보적 기술 경쟁력' 필요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사진=뉴시스.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사진=뉴시스.

지난 60년간 우리나라 기업들의 매출액증가율, 부채비율 및 자기자본비율 등 재무지표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지난 60년간 우리나라 기업들의 매출액증가율, 부채비율 및 자기자본비율 등 재무지표 추이. 자료=한국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팬데믹 기간중 금융지원책으로 기업 신용리스크가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고 31일 밝혔다. 조 위원은 팬데믹 금융지원책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보다 높고 미국보다 낮은 우리기업들의 영업이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 기술과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쓴소리도 했다.

조 위원은 이날 발표한 '지난 60년 경제환경변화와 한국기업 재무지표 변화' BOK 경제연구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조 위원은 "팬데믹 기간 중에 행해진 각종 금융지원책은 기업 신용리스크를 단기적으로 낮춰 잠재리스크를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출 만기연장, 상환유예 조치 등으로 기업 신용리스크가 실제보다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는 취지다.


조 위원은 "이 기간 중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신용 또한 크게 상승했다"며 "팬데믹 금융지원 대책의 장기적 영향은 시간을 두고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대출 규모가 빠르고 크게 늘어나면 외부환경 변화에 취약해지고, 경제충격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환경에서 대출 상환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조 위원은 "대출의 빠른 증가로 시중자금이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흘러가지 않고 경제역동성을 낮추는 부문으로 쏠리면서 자산가격 거품을 형성하거나 경제위기를 이연시킨다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법인기업 재무제표에 신고된 장단기차입금 및 회사채의 업종별 비중을 보면 2015년 이후 제조업 비중을 줄고 부동산업 비중은 크게 늘었다. 조 위원은 "부동산업은 총자산회전율이나 명목GDP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업종"이라며 "부동산업 부채 비중이 팬데믹 중 급격히 늘어난 점을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팬데믹 기간 중 기업의 수익성과 재무구조 변화에 대한 분석도 나왔다. 조 위원은 "전례없던 팬데믹 충격에 대응한 국내외 완화적인 금융정책으로 차입금평균이자율은 전반적으로 하락하면서 업종별 편차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는 매출액증가율이나 영업이익률이 업종별로 차별화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팬데믹 기간 중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업종별로 차이를 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공급애로에 민감한 기업의 경우 2020~2021년 매출액이 V자 형으로 반등했다. 반면 방역활동과 재택증가 등 비대면 문화가 유리하게 작용한 업종들은 같은기간 매출이 증가했다.

조 위원은 2020~2021년중 기업 성장성에 따라 △'V자 반등' 업종: 의류 및 화장품 관련 산업, 1차 금속 및 자동차, 건설업 등 △매출액이 플러스(+)인 '호황' 업종: 의약품 제조업, 가구제조업, 정보통신업 등 △매출이 감소한 '불황' 업종: 가방 및 신발제조업, 숙박 및 음식점업, 예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 등 △사전 수주량 등에 매출이 달라지는 산업용기계 및 장비수리업 등 네 가지로 분류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을 나타내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은 제조업은 상승, 비제조업은 하락했다. 팬데믹 초기 대면·이동을 필요로 하는 서비스산업이 더 큰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2021년에는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영업이익이 반등했다. 조 위원은 "신속한 정책대응, 조기 백신 개발과 비대면·친환경 등 신(新)경제에 대한 투자가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채비율은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올랐고 유동비율은 비제조업 기업에서 상승했다. 비제조업이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입으면서 현금성 자산 확보에 더 적극적이었던 것이다.

조 위원은 기업들이 영업이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독보적 기술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봤다.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일본보다는 높지만 미국과는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다.

조 위원은 "현재 우리의 반도체기업, 자동차기업과 같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느 정도 독보적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혁신과 개발을 해나가지 않으면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0년대 이후 미국기업의 영업이익률이 한국기업보다 크게 높아지고 있는데, 여기에는 IT, 소프트웨어, 포털 분야에서의 최첨단 기술과 경쟁력이 그 바탕이 됐다는 분석에서다.

그러면서 조 위원은 "과거 정부의 금융 개입과 과도한 정책적 지원이 대기업의 안정성을 저하시키고 외부충격이나 경기변동에 취약하게 해 결국 부채위기를 맞게 됐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상대적으로 높은 차입금의존도, 부채비율과 낮은 이자보상배율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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