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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중지명령 과도했다"…한화, 국가 상대 지체상금 소송서 일부 승소

서민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1 16:24

수정 2023.08.01 16:24

작업중지명령으로 납기일보다 늦게 물품 납품…한화 "권한·책임 밖 문제"
한화그룹 본사 사옥 전경 [한화그룹 제공]
한화그룹 본사 사옥 전경 [한화그룹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화가 지난 2019년 대전공장에서 벌어진 폭발 사고로 인해 작업중지명령을 받으면서 물품 납품이 늦어진 것과 관련해 지체상금이 과도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지체상금은 계약당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 이행을 지체하는 경우 내야 하는 손해배상금 성격의 금액을 말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최규연 부장판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물품대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당초 ㈜한화가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1월 한화가 방산 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한 한화방산이 소송을 이어받았고, 이후 한화방산과 합병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소송을 수계했다.

한화는 지난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5차례에 걸쳐 방위사업청과 유도탄 등 군수품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총 1조1223여억원에 달했다.


한화는 방위사업청과 계약한 물품들을 대전 유성구에 있는 대전사업장에서 제작했는데, 2019년 2월 해당 사업장의 충전·이형을 담당하는 공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3명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해당 사고가 중대재해에 해당하고,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보며 사업장 전체에 대해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한화는 2019년 4월 사고가 발생한 공실과 무관한 비화약 공실에 대해 작업중지명령 해제를 요청했지만, 대전노동청은 특별감독 시정명령 미개선, 비화약 공실에 대한 화재폭발 위험성 검토자료 미제출 등을 이유로 들며 해제 요청을 반려했다. 이후 한화가 수차례 해제 요청을 한 끝에 같은 해 8월 작업중지명령이 전면 해제됐다.

이로 인해 한화는 방위사업청과 계약한 납기일보다 늦게 물품을 납품했고, 방위사업청은 각 계약에서 정한 지체상금을 공제한 나머지 대금을 지급했다. 방위사업청이 공제한 지체상금은 5건의 계약에서 총 98억7647여만원 규모였다.

이에 한화는 작업중지명령으로 납품이 지연된 것은 구 방위사업관리규정에서 '정부의 시책으로 제조가 중단된 경우' 또는 '기타 계약상대자의 책임에 속하지 않는 사유로 지체된 경우'에 해당되므로 작업중지명령일인 2019년 2월 14일부터 작업중지명령이 전면 해제된 2019년 8월 14일까지 181일간은 지체 일수에서 제외돼야 한다며 지난해 6월 소송을 제기했다.

한화 측은 "작업중지명령이 사고가 발생한 작업동 외에 다른 공실을 포함하는 등 사업장 전체에 과도하게 내려졌다"며 "원고와 무관한 사유로 해제가 지연돼 전면 해제되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됐는데, 이는 원고의 권한이나 책임 밖의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는 일방적으로 지체상금을 공제하고 나머지 대금만을 지급했으므로 지체상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설령 납품지연에 대해 원고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지체상금은 대폭 감액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구 산업안전보건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고가 발생한 장소나 해당 작업에 한하지 않고 필요할 때는 전부를 중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 사건 사업장 전체에 작업중지명령을 한 것은 운영 기준에서 정한 기준에 부합하고, 재량을 일탈·남용하는 등의 부당하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납품의무 이행을 지체했고, 이에 관해 원고에게 책임이 없다고 볼 수도 없다"며 "원고는 피고에 대해 지체상금 지급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업장 전체에 대한 작업중지명령이 전부 해제되기까지 걸린 181일은 매우 장기간으로 보인다"며 "장기간 걸린 것이 원고의 지체 책임을 면할 정도의 사유로 보기는 어렵더라도 원고의 노력만으로 좌우할 수 없었고, 그에 관한 책임을 전부 원고가 부담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춰 불합리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한화가 부담해야 할 지체상금을 80%로 감액해야 한다며 "피고가 원고에게 19억7535만여원과 계약별 인용금액에 대해 '대금지급기한' 다음 날부터 7월 19일까지 연 6%,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말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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