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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이 된 폭염, 미리미리 준비해야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2 16:42

수정 2023.08.02 16:42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파이낸셜뉴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이란 66, 미국 54, 중국 52, 이탈리아 46. 최근 기록된 지구촌 곳곳의 최고기온(℃)이다. 36.5도(℃)의 체온을 유지해야 하는 인류의 입장에서는 매우 섬뜩한 수치들이다. 전 세계 평균 기온은 며칠 새 최고기록을 연달아 경신하였다. 일각에서는 올해 7월이 12만 년 전 간빙기 이후 가장 더운 시기가 될 수 있다고도 한다.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도 속출하였다. 지난 6월 멕시코 보건당국은 올해 6월 12일부터 25일까지 폭염으로 104명이 사망하였다고 발표하였는데, 당시 일부 지역의 기온은 50℃에 육박하였다.
인도에서도 북부와 동부지역의 기온이 45℃에 가까웠던 이틀에서 사흘 사이 96명이 사망하였다.

소리 없는 살인마라고도 불리는 폭염은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에서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자연 재난이고, 약자에게 더욱 가혹하다. 뉴욕대 교수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폭염 사회’라는 책에서 1995년 7월 시카고에서 기온이 41℃까지 올라 73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현상을 분석했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공평하지 않았다. 주민들의 평균소득이 낮거나 범죄 발생률이 높은 지역에서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고, 독거노인의 고독한 죽음도 많았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온열질환 응급실 관리체계에 따르면 2022년 온열질환자는 총 1564명이다. 전체의 82%가 실외에서 발생하였고, 직업별로는 단순노무종사자가 25%로 제일 많았다. 60대 이상 환자의 비율은 37%에 달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유사하다. 6월말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221명인데 실외 발생이 83%이다. 직업별로는 단순노무종사자가 14%, 농림어업종사자가 7%로 확인된다. 60대 이상은 33%였다. 주로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과 어르신들이 폭염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폭염에 취약한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취약계층의 냉방용 에너지 바우처 지원 대상과 금액을 확대하였다. 생활지원사나 읍·면·동 직원이 독거노인들에게 안부 전화를 하거나 방문하여 건강을 확인하는 체계도 구축했다.

폭염에 취약한 고령 농업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홀로 오랜 시간 논밭에서 일하지 않도록 순찰과 홍보를 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건설 현장에서는 폭염특보 발효 시 작업시간을 조정하거나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 안전관리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는 소규모 건설 현장의 관리·감독을 특히 강화하였다.

얼마 전 방문한 대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도 근로자들을 위한 쉼터가 잘 마련되어 있었다. 작업 시작 전 근로자 건강 상태를 점검하였으며, ‘물·그늘·휴식’의 3원칙도 잘 지키고 있었지만, 근로자들이 몸이 좋지 않더라도 폭염 경보를 무시하고 일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가 이동하는 내내 마음 한구석을 맴돌았다.


예측을 뛰어넘는 기후변화 속에서 극한 폭염으로부터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정책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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