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입원하러 왔습니다. 아파서 온 건데도 기분이 좋네요"
20일간 장기파업을 이어온 부산대병원이 지난 1일 노사가 극적 타결을 이루고 2일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병원 정상 운영 첫날인 이날 오전 파업 기간 텅 비어있던 본동(일반입원실 병동)이 바삐 움직이는 환자들과 의료진들로 붐볐다. 아직 철거되지 않은 건물 내 벽면, 출입문, 외벽 곳곳에 설치된 파업 관련 현수막과 안내문만이 파업의 상흔처럼 남아있었다.
오전 9시 30분께 파업기간에도 70~80% 수준으로 가동됐던 외래진료도 이날 더욱 활발히 진행됐다.
휠체어를 탄 환자 전모 씨는 "물리치료, 재활 등을 받으러 부산대병원에 주기적으로 오는데 파업 여파로 그간 3~4번의 진료가 미뤄졌다. 생사를 오가는 치료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생활에 필수적인 진료가 계속 늦어져 불편했다"면서 "매일 기사를 검색하며 파업 소식을 찾아보는 게 아침 일과일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간 신규 환자를 받지 않았던 일반 입원실 역시 이날부터 운영을 재개됐다. 부산대병원은 앞서 지난 11~12일 입원환자 1500여명을 퇴원·전원 조치시키고 파업기간 1300여 병상 중 전원·퇴원이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260병상(일반 130병상, 중환자 130병상)만 운영해왔다.
입원 접수원 2명은 오전부터 시간당 40명 넘는 환자와 전화를 주고받으며 입원 가능 안내와 일정 조율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었다.
입원 접수가 시작된 오후 3시부터는 수속을 밟기 위한 환자들로 접수처 앞이 붐볐다. 입원 접수를 재개한 지 1시간 만인 오후 4시 기준 신규 입원 환자는 200여명에 달했다.
자궁암 환자 박모 씨(80)는 이날 입원 수속을 위해 오후 1시께 병원을 찾았다. 박 씨는 "파업 때문에 내일 예정된 수술이 미뤄질까봐 조마조마했는데 오늘 아침 입원이 가능하다는 확정 안내를 받고 2시간이나 일찍 와 기다리고 있다"며 "수술을 위해 입원하는 거지만 파업 종료 소식을 들으니 기분이 좋다. 힘이 난다"고 기뻐했다.
이어 "이번 파업 전부터 노사간 갈등이 꽤 지속돼 온 걸로 안다. 노사가 최선의 결론을 도출하느라 애썼겠지만 다시는 환자가 이런 불편을 겪지 않도록 서로 약속을 잘 지키길 바란다. 결국 환자 목숨과 안전이 제일 우선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일반 병실로 입원 수속을 밟은 심모 씨(68)의 보호자는 "파업 기간 중에 맘 편할 날이 없었다. 때마침 어머니 수술 일정 전에 파업이 종료돼 한숨 돌렸다"며 노사 합의에 감사함을 표했다.
파업기간 입원 중이었던 환자들 역시 파업 종료를 반기는 건 마찬가지였다.
파업 중이었던 지난 25일 부산대병원에 입원한 간암 환자 이모 씨(66)는 "병동을 제한적으로 운영하다보니 암환자와 외상환자 등이 한 병실을 공유했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며 "항암을 앞두고 파업이 계속 진행되면 아무래도 치료에 차질이 생길까 싶어 불안한 마음이 컸는데 파업을 마쳤다고 하니 걱정 떨치고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노사는 이날 오후 2시 잠정 합의서에 서명했다.
주요 잠정 합의 내용은 △임금 총액 1.7%인상 △간호인력 84명 충원 △불법의료 근절과 안전한 병원 만들기 △비정규직 시설직 2024년 3월 1일부로 정규직화 △암수술, 소아암 환자, 항암주사, 중증외상 등 필수유지 진료 분야 확대 △야간간호료 90% 야간근무자에게 직접 지급 등이다.
이후 노사는 비정규직 4개 직종 중 정규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주차·미화·보안 직종에 대해서도 논의를 나눌 예정이다.
이번 장기 파업으로 차질을 빚었던 암환자 치료와 권역외상센터 운영 등에 대해서는 △긴급 암환자 병상 120병상 운영 △항암주사실 70% 운영 △권역외상센터 외상병상 30병상 운영 등의 후속 조치가 이뤄졌다.
남은 과정은 노조 전 조합원(4500명)을 대상으로 한 합의안 찬반 투표와, 통과 시 노사간 최종 합의안 서명이다. 아직 찬반 투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노조와 병원 측 모두 "수술, 입원, 외래 등을 빠른 시간 안에 정상화시켜 환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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