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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신용등급 강등된 美, 우리 상황도 다르지 않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2 18:21

수정 2023.08.02 18:21

글로발 신용평가사 피치 로고./ 사진=로이터뉴스1
글로발 신용평가사 피치 로고./ 사진=로이터뉴스1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1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강등했다. 피치는 부채한도 증액으로 재정적자 폭이 커지고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점 등을 강등 이유로 꼽았다.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더욱이 AA+ 등급으로 내려온 것은 29년 만이다. 같은 신용등급 국가들에 비해 미국의 통치기능은 20년 넘게 지속적으로 약화됐다는 게 피치의 평가였다.

금융시장은 일제히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혼란에 빠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등급 강등이 20조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시장을 흔들 악재라고 평했다. 백악관은 피치 조치에 강력 반발했다. 미국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는 시점에 나온 발표여서 더욱 당혹감이 컸을 것이다. 그렇지만 등급 강등을 경고로 받아들이고 경제 운용에 참작해야 한다는 시장 전문가들 의견도 만만찮았다.

미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3.7%였다. 피치는 이 수치가 올해 6.3%로 급등할 것으로 봤다. 연방 세수는 줄고 금리인상으로 이자 부담까지 증가한 영향이 크다. 바이든 정부는 비국방 재량지출 삭감 등 여러 방안을 내놓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개선 여지는 크지 않다는 것이 피치와 시장의 분석이다. 재정협상 과정에서 미국 정부가 의회와 벼랑 끝 대치를 한 뒤 막판 타결을 본 것이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 정부의 재정상태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재정이 방만하게 운용되면 결말은 국가의 파탄이다. 소규모 개방경제로 외부 충격에 쉽게 노출되는 우리나라는 나라곳간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쓰나미가 몰아쳤을 때 마지막 경제 방파제 역할을 했던 것이 재정이다. 당시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0%를 갓 넘긴 상태였다.

지금은 그때보다 재정여력이 5배나 줄었을 정도로 사정이 더 나빠졌다. 국회 예산처에 따르면 고령화까지 맞물린 지금 상태론 국가부채 비율이 2060년 160%를 넘고 1인당 국가채무가 1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야당은 틈만 나면 재정확대와 추경을 요구한다. 여야는 재정준칙 도입부터 결론 짓고 정부는 건전재정 유지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신용등급도 언젠가 강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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