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장
출생·사망·인구이동 정책연구 전문
여유롭다고 아이 두셋 낳지 않아
원인 한곳 집중 말고 전반서 찾고 변화영향 예측해 실질대책 세워야
출생·사망·인구이동 정책연구 전문
여유롭다고 아이 두셋 낳지 않아
원인 한곳 집중 말고 전반서 찾고 변화영향 예측해 실질대책 세워야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장(사진)은 2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한국의 출산율 반등 가능성에 대해 "인식의 변화나 청년의 삶 등에서 출산율에 대한 하방 압력이 여전히 강하다"며 "향후 5년간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명으로 전 세계 꼴찌다.
이 센터장은 인구학의 세 가지 큰 줄기인 출생·사망·인구이동 분야 모두에서 정책연구를 수행한 국내 손꼽히는 인구전문가다.
이 센터장은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저출산은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개입하고 영향을 미친 현상"이라며 "일자리, 주거, 사교육 등 경제적 장애요인 말고도 다른 심층적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이 센터장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좋은 일자리를 갖고, 주거문제를 해결한 친구들이라고 해서 아이를 두셋씩 낳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 청년들은 IMF(외환위기) 이후 한국이 경쟁사회로 변화하는 가운데 성장기를 보냈고, 그 속에서 '가족'의 역할과 가치가 크게 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의 연봉, 몇 평의 아파트, 고급 자동차, 자녀의 학벌이 성공의 모델이 됐고 우리는 그것을 향해 달려왔다"며 "그사이 가족의 정서적 친밀성, 가족애의 가치 등이 크게 훼손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주 본원적인 가족의 효용성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이 어려움 속에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으려 할까"라고 반문했다.
그런 점에서 이 센터장은 "인구현상은 한 분야, 하나의 요인에 집중하기보다는 인구학적 수치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함의과 파장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인구변동에 따른 미래 사회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출산·고령화가 맞물리며 한국은 30년 뒤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이 센터장은 "우리는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미칠 사회경제적 파장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의료, 교육, 산업, 지역, 문화, 과학기술, 정치 등에 이르기까지 인구변화가 미칠 우리 사회에 미칠 파장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컨대 지방의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지역은 점점 더 재난에 취약해지고, 재난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선 고령화로 수술용 혈액이 크게 부족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 센터장은 "고령화, 인구감소, 수도권 집중 등 인구변화가 초래할 사회경제적 변화를 보다 체계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라며 "사회 각 영역들에서 인구변화에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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