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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군월북사건 유엔사 전화.."협상력 높이려는 간보기 전략"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4 06:00

수정 2023.08.04 06:00

유엔사 연락 확인전화...미 국무부 “실질적 진전은 아냐” 살라미전술 등으로 협상력 잠식 지렛대 효과 높이려는 북한 킹 이병 안전 챙기면서 한-미-유엔사 간 정보교환, 북에 직접소통 필요
[파이낸셜뉴스]
지난 18일 공동경비구역(JSA) 견학 도중 월북한 주한미군 이등병 트래비스 킹 가족이 언론에 제공한 킹의 사진. 사진=뉴시스
지난 18일 공동경비구역(JSA) 견학 도중 월북한 주한미군 이등병 트래비스 킹 가족이 언론에 제공한 킹의 사진. 사진=뉴시스
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이 판문점을 통해 월북한 사건이 발생한 지도 벌써 2주가 넘어가고 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외교 채널을 통한 연락에는 여전히 응답하지 않고 있으며, 무단 월북 미군 병사 사건과 관련해 실질적인 진전은 아니지만 북한이 유엔군사령부에 전화를 걸어왔다고 전했다.

3일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가 무단으로 월북한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 이병과 관련해 북한이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연락에 응답했다.

■유엔사 지난달 24일에도 북한군과 대화...북한 최근 48시간 내도 전화연락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전화통화가 군 통신선을 통해 이뤄진 만큼 국방부의 견해에 따르겠지만, 내가 이해하기론 지난 48시간 내 비무장지대 내 유엔사로 전화가 걸려 왔다”며 “실질적인 전화 통화는 아니었고 (앞선 유엔사의 연락에 대한) 확인 전화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외교채널을 통한 우리의 접촉에는 여전히 응답이 없다”고 밀러 대변인은 밝혔다.

밀러 대변인은 ‘북한이 연락을 한 것으로 봐야 하느냐’는 추가 질문에는 즉답 대신 “(연락이) 실질적인 것은 아니었다”며 “실질적이지 않은 만큼 어떤 식으로든 이것을 진전으로 볼 수도 없다”고 답했다.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유엔사령부 측의 소통에 응답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그러나 발표할 실질적인 진전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앤드류 해리슨 유엔군 부사령관은 지난달 24일 킹 이병과 관련해 "휴전 협정하에 확립된 장치를 통해 북한군과 대화가 개시됐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다음 날인 25일 “내가 이해하는 건 북한이 메시지 수신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라며 “그것이 실제 응답으로 간주되는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황으로 미루어 킹 이병의 무단 월북 사건과 관련 유엔사는 북한과 최소 2차례 이상의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주도권 뺏기기 않으려는 북한... 한-미-유엔사 간에 소통도 필요

이날 아이작 테일러 유엔 공보국장도 킹 일병과 관련해 "그를 귀국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지금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는 북한이 최소한의 필요한 응대를 유지하면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기간끌기와 간보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앞으로 살라미전술 등으로 협상력을 잠식하려 들 것이기 때문에 이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킹 이병의 안전문제를 챙기되 한국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한-미-유엔사 간에 소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반길주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킹 이병이 월북한 장소인 판문점은 유엔사 관할지역이라는 특수성에 기인한다"며 "북한이 미 정부와의 소통은 거부한 채 유엔사 전화에는 응대하며 확인 전화까지 한 것은 유엔사에서 발생한 일을 미 정부와 상대하면서 주도권을 뺏기기 싫다는 셈법이 작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유엔사를 미국의 군대라는 식으로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되레 자신이 나서서 유엔사를 미국과 등치(等値=Equivalence, 두 개의 명제가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는 일)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정치화, 협상대상화 살라미전술 등으로 지렛대 효과 높여 협상력 잠식 시도 가능성

반 교수는 "유엔사-북한 간의 소통은 사실 최후의 연락선으로 작동하여 왔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며 "군사적 긴장으로 남북 연락선이 완전 차단된 경우에도 유엔사-북한 간 직통전화는 하루에 2번씩 가동되어왔는데 북한도 이러한 관성에 어느 정도 편승했을 가능성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의 협상전략 차원 측면에서 미 정부와 처음부터 직접 이 사안을 논의하는 것보다 간보기와 시간끌기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셈법이 작동하도록 최소한의 연락 응대는 필요한 바 이런 차원에서 유엔사와는 연락이 이루어진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또 반 교수는 앞으로 북한의 대응 방식에 대해선 "북한은 킹 이병 문제를 정치화, 협상 대상화하며 이를 지렛대로 많은 것을 요구하고 나설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살라미전술, 점진주의 등을 통해 상대방의 협상력을 잠식하려들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킹 이병의 안전문제부터 잘 챙기되, 이 경우 불지불식간에 함정에 말려들어 갈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행태가 나타나는지를 치밀하게 따져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교수는 "유엔사 관할지역에서 발생한 일이지만 엄연한 한국의 땅이자 행정관할권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고 동맹국 미국의 일이기도 한 점에서 한국도 유엔사 및 미국과 정보교환을 하면서 북한과 직접 소통에 나서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앤드류 해리슨 유엔군 부사령관이 2022년 11월 11일 부산 남구 UN기념공원에서 열린 UN참전용사 국제추모식에 참석해 인사말 하고 있다.<div id='ad_body3' class='mbad_bottom' ></div> 사진=연합뉴스
앤드류 해리슨 유엔군 부사령관이 2022년 11월 11일 부산 남구 UN기념공원에서 열린 UN참전용사 국제추모식에 참석해 인사말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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