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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흔들리는 독일 경제가 던지는 '다각화'의 교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3 18:43

수정 2023.08.03 18:43

역성장 지속에 호황기는 옛말
쏠림의 위험 타산지석 삼아야
독일 함부르크 항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박스. / 사진=연합뉴스
독일 함부르크 항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박스. / 사진=연합뉴스
경제성장의 모범 교과서인 독일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성장이 정체되고 주력인 자동차산업도 영 시원찮다. 각국이 어려울 때도 홀로 호황기를 구가하던 독일의 쇠락은 믿기지 않는다. 경제모델이 독일과 닮은꼴인 우리나라로서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원인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우선 성장률이 최악이다.
독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해 4·4분기 -0.4%, 올 1·4분기 -0.1%로 역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2·4분기 0%로 바닥을 헤매고 있다. 앞날도 비관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독일의 올해 실질 GDP가 전년 대비 0.3% 감소할 것으로 봤다.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한 마이너스 성장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업황을 가늠하는 S&P글로벌 구매관리자지수(PMI)는 1년 넘게 기준점인 50을 밑돌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독일 내부에서도 스스로 '유럽의 병자'라고 탄식하는 분위기다. 유럽연합(EU) 경제의 대들보처럼 굳건하던 독일 경제가 어쩌다 이런 초라한 신세로 전락했는지 의아할 정도다. 그러나 독일 경제의 위기를 들여다보면 이유가 있다. 러시아 천연가스, 중국 교역, 자동차산업 3가지에 대한 높은 의존도 때문이다.

우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독일의 에너지 정책에 충격을 줬다.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온 독일은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이 와중에 지난해 전쟁이 터지자 천연가스 수급이 여의치 않게 됐다. 더욱이 지난 10여년간 탈원전을 강하게 밀어붙인 탓에 에너지 포트폴리오가 무너졌다. 비싸진 에너지 가격은 수출경쟁력을 깎아내렸다.

중국 교역의 달콤함은 지금은 독이 됐다. 최근 7년간 중국은 독일의 최대 무역국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중국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독일 경제는 역풍을 맞았다. 코로나19가 풀린 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독일의 최대 수출품목인 자동차산업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내연기관차 시대를 주도해온 독일이 전기차 시장으로 재편되는 와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시대 변화에 안일했던 독일 산업의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독일의 현실에 한국이 오버랩된다. 에너지 정책 방향을 놓고 정권마다 오락가락했던 점이 그렇다. 우리는 다행히 탈원전을 폐기했지만 회복까지 시간이 걸린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점도 독일과 한국은 빼닮았다. 독일은 자동차 업종이 국가산업을 견인한다면, 한국은 반도체산업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비슷하다.

요약하면 독일 위기의 핵심은 과도한 집중이다. 과도한 쏠림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독일 경제의 빛과 그림자에서 정책 지향점을 찾아야 한다. 집중화가 아닌 다각화다.
에너지는 어느 하나에 의존하지 말고 적절한 에너지 믹스가 요구된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교역 의존도 역시 낮춰야 한다.
반도체가 이끄는 국가산업 구조도 자동차, 바이오, AI 등으로 넓혀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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