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국내 소재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이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를 통해 세계 최초의 상온·상압 초전도체 'LK-99'를 개발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논문 검증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과학계를 비롯한 세계적 관심이 쏠리며 밈과 같은 문화적 현상뿐 아니라 투자시장이 요동치는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여러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방법은 간단하다. 샘플 저항을 측정해 실제 상온·상압 초전도체인지 검증하기만 하면 된다.
퀀텀에너지연구소는 현재 논문 심사가 이뤄지고 있어 그 이후인 2~4주 후 샘플 공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전도체 논란의 이모저모를 Q&A 형식으로 풀어봤다.
-초전도체의 활용 가능성은?
▶일부 물질은 특정 조건에서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성' 현상이 나타난다. 저항이 없기 때문에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 및 대규모 전류를 이용한 강력한 자기장 생성에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물질 내부에 침투한 자기장이 외부로 밀려나는 '마이스너 효과'를 이용해 자기부상열차 제작에 응용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초전도 물질은 극저온이거나 초고압에서 이런 초전도성이 나타나기 때문에 활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초전도체를 활용하는 자기공명영상(MRI)이나 핵융합 연구 설비는 극저온 상태를 조성하고자 막대한 유지비가 투입된다.
-논란의 LK-99 정체는?
▶LK-99는 황산화납과 인화구리를 혼합해 고진공 챔버에서 가열해 만들어진다고 알려졌다. 논문에 따르면 LK-99는 400K(약 127도) 이하, 1기압 조건에서 초전도성을 보인다. 기존 초전도 물질에 필요한 극저온 혹은 초고압 조건이 아닌 일상 환경 조건이어서 과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아카이브를 통한 논문 공개, 어떤 의미?
▶상온·상압 초전도체 주장이 올라온 아카이브(arXiv)는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로 출판 전 논문을 공유하는 사이트다.
일반적으로 연구 결과물은 동료 평가(피어리뷰)로 검증받아 출판된다. 학술지는 이 과정을 중개한다. 학술지에 출판된 논문은 차후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철회되는 경우도 있지만 최소한의 동료 평가·검증을 거쳤다는 의미가 있다.
학술지를 통한 발표의 경우 장시간 소요되기도 하므로 연구자들은 논문 사전 공개를 통해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기도 한다.
arXiv는 검증되지 않은 논문이 올라온다는 한계가 있지만 최신 동향을 공유하고 토론 및 빠른 검증을 촉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LK-99의 실제 초전도성 여부와 관계없이 연구 결과를 과학계에 공개하고 다른 학자들이 검증하는 과정은 통상 일어나는 일이다.
-LK-99 검증 상황은?
▶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를 비롯한 많은 연구실에서 검증에 뛰어들었다. 일부 동료 평가 없는 이론적 분석 결과가 알려지고 영상을 통한 검증 상황이 공개되고 있지만 직접적인 실험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최근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초전도체 검증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창영 서울대 교수가 검증 위원장을 맡는다. 검증위원회는 국내 연구 기관을 통한 LK-99 자체 합성 후 검증, 퀀텀에너지연구소로부터 시편(샘플)을 제공받아 검증하는 두 가지 방향을 추진할 예정이다.
검증위는 3일 "시편(샘플)만 제공된다면 오래 걸리는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검증을 위해서는 여러 번의 재현 실험 및 타 기관과의 교차 검증이 필요하다. 아직 제공받은 시편이 없기 때문에 검증 소요 시간을 말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초전도성이 확인될 경우 바로 쓸 수 있나?
▶초전도성과 실제 활용은 별개의 문제다. BSCCO와 같은 세라믹 초전도체는 93K(영하 180도) 이하에서 초전도성을 보이지만 가공이 어려워 응용에 한계가 있다. 실제 MRI에는 주로 10K(영하 263도) 이하에서 초전도성을 보이는 나이오븀-티타늄(Nb-Ti) 기반 합금이 쓰인다.
LK-99의 초전도성이 증명될 경우 바로 사용될 수는 없어도 상온·상압 초전도체 연구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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