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범인이 흉기 들고 다가왔지만.." 칼부림 속 부상자 도운 10대 영웅들

조유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4 06:24

수정 2023.08.04 06:29

흉기 난동 피해자를 도운 윤도일군(왼쪽) / 연합뉴스
흉기 난동 피해자를 도운 윤도일군(왼쪽) /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서현역 칼부림 사건 현장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피해자에게 달려가 지혈을 도운 10대 영웅들이 있었다.

지난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에서 무차별 흉기 공격이 이뤄지는 중 윤도일군(18)과 음준군(19)은 피해자들에게 다가가 응급 처치를 실시했다.

친한 형·동생 사이인 이들은 오후 6시쯤 사건 현장을 지나다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젊은 남녀 2명을 발견했다.

윤군은 두 피해자 중 정도가 훨씬 심해 보이는 여성을 30여분간 지혈했다. 그 사이 음군은 범인이 다시 현장에 돌아오는지를 살폈다.

윤군은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며 막 뛰어다니고 있어 광장으로 가보니 여성과 남성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라며 “남성분은 스스로 지혈하고 계시는 반면, 학생으로 보이는 여성은 혼자 지혈을 하다 의식이 희미해졌는지 손을 놨고, 피가 좀 많이 났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다가가 지혈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지혈 과정에서 실제 피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흉기를 든 채 다가오기도 했지만, 이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음군은 “도일이가 지혈하는 동안 범인이 다시 오는지 살폈다”라며 “흉기를 든 남성이 다른 장소(2층)에 갔다가 다시 1층 쪽으로 돌아오는 듯했고, 현장에 있던 경찰이 그 남성을 쫓았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이 ‘이제 손을 떼도 된다’라고 말한 뒤에야 두 소년 영웅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들은 피해 여성의 어머니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대신 받아 상황을 설명하고 이후 모녀가 함께 구급차에 올라탈 때까지 1시간 가까이 자리를 지켰다.

한편, 이날 오후 5시59분께 이 백화점 1~2층에서 피의자 최모씨(23)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최씨는 흉기 난동 직전 경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고의로 들이받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60대 1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사망자 1명 외에도 부상자 12명 등 모두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최씨 등을 대상으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최씨는 현재 피해망상 등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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