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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국제적 망신 산 잼버리, 끝까지 안전 확보 책임 져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4 15:13

수정 2023.08.04 15:15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4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공원에서 바라본 야영지. /사진=뉴시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4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공원에서 바라본 야영지.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안전을 위해 4일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폭염으로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면서 대회가 세계의 걱정거리가 됐기 때문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대책에 필요한 60억 원 규모의 예비비를 의결했다. 지원 대책에는 냉수를 탑재한 냉장 냉동차 11대와 발전기 10대를 추가 설치하고, 4만 여명 참가자 전원에 냉동 생수 1인당 1일 5병 지급 등도 포함돼 있다.

냉방시설과 침상을 갖춘 휴식용 버스 5대, 에어컨을 가동하는 쿨링 버스 130대도 배치된다. 의료진 추가 확보, 시설 연장 운영 등도 대책에 들어있다.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모든 부처가 대회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총력을 다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미 폭염이 예고됐는데도 아무런 준비도 안했다가 이제서야 이런 대책이 나온 것도 기가 막힌 일이지만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주최측은 비상한 각오로 참가자들의 안전을 챙겨야 한다. 대회 폐막까지는 1주일이나 남아 있다.

전북 부안 새만금 매립지에서 진행 중인 잼버리 대회는 지난 1일 개막 이후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첫날에만 온열 질환자 400여 명이 쏟아졌고 다음날엔 1000명 넘는 환자가 발생했다. 한낮 체감 온도는 40도에 육박했고 밤엔 모기까지 극성을 부렸다. 야영장에 설치된 2만5000 동 텐트는 텅텅 비었다. 뙤약볕을 피할 곳도 충분치 않았고 식사는 부실했으며 화장실 사용도 원활치 않았다고 한다. 외국인 참가자와 가족들의 비판 글이 쇄도한 것도 당연하다. 해외 누리꾼 사이에서도 조롱이 빗발쳤다. 더위에 지친 백골이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 작열하는 야영장에서 메말라가는 대원을 형상화한 밈이 쏟아졌다. 국가적 창피가 아닐 수 없다.

대회를 준비한 시간이 6년이나 되고 투입된 예산만 1000억 원이 넘는다. 예상을 넘은 폭우와 폭염, 이상기후가 겹친 까닭도 있지만 이것으로 해명될 사안이 결코 아니다. 극한의 상황을 견디는 능력과 호연지기를 배우는 것이 대회 취지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전에 최소한의 생활 여건을 제공하는 것은 너무나 기본적인 주최 측 의무다.

이 지경이 된 원인과 책임은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최악의 기상 상황에 대비했어야 했는데 평년 정도의 날씨에 맞춰 안일하게 대처했을 게 뻔하다. 대회 개최 전에 세계적으로 폭염이 닥쳤고 예고도 됐다. 주최 측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추가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결국 국제적인 망신만 사고 말았다.

세계 135개국 잼버리 대원들은 한국에 대한 동경과 무한한 호감을 갖고 왔을 것이다. 이들에게 우리의 우수한 문화와 아름다운 풍광을 뽐낼 수 있는 기회로 대회를 활용하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아쉽다.
국위를 선양할 기회였는데 도리어 수많은 외국 청소년들이 한국에 대한 나쁜 이미지만 갖고 돌아가게 됐으니 이런 낭패가 어디 있는가.

대회는 12일까지다. 정부와 조직위는 마지막 날까지 참가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챙기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신뢰가 달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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