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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의 본초여담] 8년 동안 물을 토하는 구토증에 〇〇〇을 처방하니 바로 멎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12 06:00

수정 2023.08.12 15:09

[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구토에 특효인 오령산(五苓散)은 택사(澤瀉, 우측 아래), 창출(蒼朮), 복령(茯苓), 저령(豬苓), 육계(肉桂)로 구성되어 있다. (우측 아래에서부터 시계 방향)
구토에 특효인 오령산(五苓散)은 택사(澤瀉, 우측 아래), 창출(蒼朮), 복령(茯苓), 저령(豬苓), 육계(肉桂)로 구성되어 있다. (우측 아래에서부터 시계 방향)


옛날 한 선비가 과거시험 공부를 하기 위해서 암자에 들어갔다. 선비는 사서삼경을 읽으면서 식사를 거르기 일쑤였고 밤새도록 책을 읽고 나면 새벽에 잠들어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정해진 바 없었다. 책만 보면서 종일 방안에만 앉아만 있으니 체력도 떨어졌다.

벌써 몇 번의 과거시험에 낙방을 해서 항상 노심초사했다.

그래서 불면증도 생겼고, 식욕이 떨어져서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어느 날 억지로 먹은 밥이 체하더니 구토를 했다.

선비는 그 이후부터 물만 마셔도 토했다. 갈증은 있어서 물은 마시는데, 마신 물보다도 더 많은 수분을 토해내니 갈증은 또다시 나타나고 물을 마시면 다시 토하기를 반복했다. 소변도 시원하게 나가질 않았다. 심지어 두통까지 생겼다.

물 뿐만 아니라 구토로 인해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니 몸이 말라 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시로 구토를 하고 머리도 아파오는 통에 책을 읽을 수도 없어 과거시험은 커녕 몸을 치료하는 것이 급했다.

선비는 암자를 떠나 집으로 돌아와 의원들의 진찰을 받았다. 각지의 용하다는 의원들을 찾아가기도 하고 의원들이 직접 집으로 방문해서 진찰을 받기도 했다.

어느 한 의원은 “모든 구토는 화(火)에 속합니다. 그러니 화기가 위로 치받쳐 올라 구토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아마도 과거에 낙방해서 생긴 화 때문으로 생각되니, 화를 치는 홧병약을 써야 할 것이요.”라고 하면서 기운을 아래로 내리는 찬 기운의 향부자, 황금, 황연, 치자, 시호 등의 약재를 처방했다. 그러나 선비는 구역감이 심해서 탕약을 입에 대지도 못했다.

또한 다른 의원은 “구(嘔)와 토(吐)를 구별해야 합니다. 우웩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나 위장의 내용물을 게워내는 것을 구(嘔)라고 하는데, 이것은 기혈(氣血)이 모두 부족한 병입니다. 만약 소리없이 토사물과 게워내는 것을 토(吐)라고 하는데, 이것은 혈은 충분하고 기(氣)만 부족한 병입니다. 구(嘔)가 토(吐)보다 위중한 병이니 급히 치료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보니 구(嘔)에 속하면서 담음(痰飮)과 함께 비기(脾氣)가 허약한 것으로 판단되니, 반하, 진피, 복령, 감초로 구성된 이진탕을 기본으로 해서 여기에 정향, 곽향 등 넣어서 쓰면 구토가 바로 멈출 것이요.”라고 했다.

의원은 자신의 변증대로 자신있게 처방을 했다. 그러나 선비는 탕약을 입에 넣자 마자 토해 버렸다. 자신하던 의원은 머쓱해졌다.

“환자가 탕약을 먹지 못하지 어찌할 도리가 없지요. 제 할 일은 다 한 것 같소이다.”라면서 등을 돌렸다.

또 다른 의원은 “구토는 하기(下氣)가 되어야 할 기가 위로 거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병증입니다. 따라서 아래의 막힌 기운을 먼저 뚫어 줘야 구토가 멎을 것입니다. 지금 소변도 잘 안 나가고 대변도 막혀 있으니 어서 서둘러 설사를 시켜야 합니다.”라고 했다.

의원은 대황, 망초 등 사하제(瀉下劑)를 다려서 자신의 입안에 머금고 있다가 대나무 대롱을 선비의 항문에 집어넣고서는 입안에 있는 탕약을 대롱을 통해 항문으로 불어 넣었다. 그러자 잠시 후 선비는 배가 아파하면서 설사는 했지만, 구토는 오히려 더 심해졌다.

어느 의원은 냉증(冷症)과 열증(熱症)을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처방을 해 봤지만 탕약이 입어 들어가자마자 바로 토해 버리니 효과를 볼 리 만무했다. 선비의 가족들은 어디서 들었는지, 구토에는 생강이 특효라고 하면서 생강즙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먹여 봤지만 차도가 없었다.

이렇게 시간은 벌써 8년이 흘렀다. 어느 날 명의로 소문난 한 의원이 선비를 진찰할 기회가 생겼다. 의원이 진맥을 해 보더니 침(沈)하면서 허(虛)한 맥이 잡혔다. 의원은 선비에게 물었다. “지금 갈증이 있는 것이요?” 그러자 선비는 “갈증이 있어서 물을 마시지만 곧바로 토하게 됩니다. 의원님의 탕약이 물이라면 그것도 위장으로 결코 들어가지 않을 것입니다.”하면서 울먹였다.

의원은 다시 “소변은 어떻소?”라고 물었다. 그러나 선비는 “소변은 양이 너무 없고 시원하지 않고 소변을 볼 때 아랫도리가 뻐근하고 아픕니다.”라고 했다.

선비의 혀에는 백태(白苔)가 있고 건조하면서, 복진을 해 보니 약간 팽만되어 있고 배꼽 부위에서 동계(動悸)가 느껴졌다. 그때 선비는 복진을 하고 있을 때도 입이 마르다고 하면서 갈증과 함께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의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건데, 선비는 수역증(水逆症)을 앓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것은 수역(水逆)이다. 수역의 구토는 갈증이 심해서 물을 많이 찾는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마신 물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왈칵하고 토해 버린다. 그리고 또 물을 찾고 그것을 토한다. 이것을 되풀이하면서 번조(煩燥)가 나타난다.’라고 되뇌었다.

의원은 자신의 경험상 이럴 때 오령산을 처방해서 탁월한 효과를 본 적이 있었다. 의원은 선비에게 “당신은 지금 수역(水逆)을 앓고 있고, 이것은 오령산(五苓散)이 적방이요. 만약 오령산을 처방하면 1복(服)에 구토와 갈증이 그치며 소변량도 늘어날 것이요.”라고 설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선비가 오령산 가루약을 물과 함께 조금씩 복용하자, 우선 그 물은 토하지 않았다. 의원은 오령산의 재료를 1첩으로 조제를 해서 탕제로 만들어 다시 복용시켰다. 탕약을 미지근하게 식후 후에 한 숟가락씩 천천히 삼키도록 했다. 탕약을 한 사발 째 다 먹도록 역시 그 탕약도 토하지 않았다.

오령산(五苓散)은 택사, 적복령, 백출, 저령, 육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약들을 잘게 가루내서 끓인 물에 타서 먹거나, 1첩으로 하여 물에 달여 먹는 처방이다. 오령산을 수역의 구토에 사용할 때는 달여서 복용해도 좋지만, 가루내서 분말로 만든 다음 미음으로 마시게 해도 좋다.

오령산은 소아들의 구토증에 특효다. 성인의 경우에도 과음 후 다음날 구토가 심하고 구갈과 두통이 있을 때, 배멀미, 차멀미 등으로 구토를 하는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 복강수술 후 나타나는 이유없는 구토와 구역에도 사용된다. 구토설사, 갈증을 동반하지 않더라도 수액대사의 문제로 인한 두통에도 특효다.

다음 날 의원이 다시 선비를 찾았다. 선비는 어제 오령산 1첩을 복용한 이후로 토하는 증상이 없었다고 했다. 두통도 줄었다고 하면서 좋아했다.

선비가 의원에게 물었다. “의원님 어떻게 제 병을 고치신 겁니까? 어찌해서 단 1번의 탕약을 복용해서 8년 동안 고치지 못했던 병증이 이렇게 좋아질 수 있는 것입니까?”라며 궁금해했다.

의원은 선비에게 “아직 완치된 것은 아니요. 나도 어제 약방에 가서 오령산은 왜 토하지 않았을까 곱씹어 생각해 보았소. 보니 오령산이 당신의 몸에 체해 있는 수기(水氣)를 풀어 물길을 잡아 준 것이요. 당신이 물만 마시면 토하고 다른 의원들의 탕약까지 모두 토한 것은 분명 수도(水道)가 막혀서 그렇게 된 것이 분명하오. 또한 수(水)는 아래로 내려가 기화되어 소변으로 빠져 나가야 하는데, 위에만 머물러 있으니 바로 구토가 생기는 것이요.”라고 했다.

더불어 “오령산은 이수(利水)하는 처방으로 수도를 열어 아래로 내려주는 처방이기 때문에 물길을 잡아서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습(濕)을 몰아내는 명방이요. 그러니 구역감과 구토가 바로 없어진 것이요.”라고 설명해 주었다. 선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움을 표했다.

의원은 선비에게 다시 오령산 5첩을 처방해서 복용하게 하고, 이어서 비화음(比和飮) 20첩을 처방해 주고서는 정성스럽게 다려서 먹게 했다. 선비는 비화음을 복용하면서 밥도 토하지 않고 조금씩 먹을 수 있었다. 비화음은 위(胃)가 허약하여 구토가 나타나는 것을 치료하는 처방으로 음식이나 약냄새만 맡아도 구역이 나는 것과 함께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을 치료하는 처방이다.

이로써 선비의 8년간의 구토증은 오령산을 처방하게 되면서 모두 완쾌가 되었다.

* 제목의 〇〇〇은 오령산(五苓散)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명의경험록(名醫經驗錄)> 醫案. 水滯. 一貴士, 兒時受學於他處, 時飢飽失節, 因成嘔吐, 京鄕諸醫, 盡方治療, 施投一藥, 旋卽嘔吐, 一匙藥水, 有難暫停, 如此八年.常處昏暗之中, 若見陽光, 則氣塞, 諸醫技窮, 末由下手余反覆思之, 凡食者有形之物則, 滯而不下, 還爲吐出, 例也, 至於藥, 同是水也, 水之性, 自上注下, 未有不下者也, 此必水道壅滯而致也. 用五苓散一貼, 順下, 穀物亦然, 五貼全安, 仍用比和飮二十貼, 安. (의안. 수체. 어떤 귀인이 어릴 적에 타지에서 공부하면서 때때로 굶거나 과식하며 불규칙한 식생활을 했는데 그로 인해 구토하는 병이 생기게 되었다. 각지의 의원들이 온갖 처방으로 치료하려 했으나 약을 주고 돌아서면 곧바로 구토하여 탕약 한 숟가락도 입에 머금지 못한 채 8년을 지냈다. 내가 곱씹어 생각해 보니 무릇 음식은 형체가 있으므로 막혀서 내려가지 않는다면 도리어 토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약의 경우도 물과 같으니 물의 성질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법이고 내려가지 않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는 분명히 수도가 막혀서 그렇게 된 것이다. 오령산 1첩을 쓰니 자연스럽게 내려갔고 음식물도 마찬가지였으며 5첩을 쓰니 완전히 편안해졌다. 거기에 더하여 비화음 20첩을 쓰니 편안해졌다.)
<동의보감> 〇 嘔吐之因. 內經曰, 諸嘔吐逆衝上, 皆屬於火. 胃膈熱甚則爲嘔, 火氣炎上之象也. 〇 嘔吐有冷熱二證, 冷者, 面靑, 手足厥冷, 食久乃吐. 熱者, 面赤, 手足熱, 食已卽吐. 〇 半夏, 橘皮, 生薑, 爲嘔家主藥. 〇 停水而嘔者, 心下怔忡. 先渴後嘔者, 宜赤茯苓湯方見痰門. 先嘔後渴者, 宜猪苓散. 水入卽吐者, 宜五苓散方見寒門. 〇 嘔家聖藥是生薑, 千金之說信矣. 然氣逆作嘔, 生薑散之. 痰水作嘔, 半夏逐之. 生薑於寒證最佳, 若遇熱嘔, 不可無烏梅也. ( 〇 구토의 원인. 내경에 “모든 구토나 위로 치받는 것은 다 화에 속한다”고 하였다. 위나 흉격에 열이 심하면 구역질을 한다. 이것은 화기가 타오르는 모습이다. 〇 구토에는 냉증과 열증 2가지가 있다. 열증에는 얼굴이 붉고 손발에 열이 나며, 음식을 먹고 나면 바로 토한다. 〇 반하, 귤피, 생강은 구역질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쓰는 약이다. 〇 수가 정체하여 구역질하는 사람은 명치가 두근거린다. 먼저 갈증이 난 뒤에 구역질할 때는 적복령탕을 쓰고, 먼저 구역질한 후 갈증이 나면 저령산을 쓰며, 물이 들어가기만 하면 토할 때는 오령산을 써야 한다. 〇 ‘구역질이 잦은 사람들의 성약은 생강’이라는 천금방의 말은 믿을 만하다. 그러나 기가 거슬러 올라 구역질할 때는 생강으로 흩어 주지만, 담이나 수로 구역질할 때는 반하로 몰아낸다. 생강은 한증에 제일 좋다. 만약 열로 구역질할 때는 오매가 없으면 안 된다.)
<금궤요략(金匱要略)> 渴欲飮水, 水入則吐者, 名曰水逆, 五苓散主之. (갈증이 있고 물을 마시려고 하지만 물을 마시고 바로 토하면 수역이라 하니 오령산으로 치료한다.
)
<산보명의방론(刪補名醫方論)> 五苓散. 是方也, 一治水逆, 水入則吐; 一治消渴, 水入則消. 중략. 水入吐者, 是水盛於熱也; 水入消者, 是熱盛於水也. 二證皆小便不利, 故均得而主之. (오령산. 이 처방은 한편으로는 물을 마시자마자 토하는 증상인 수역을 치료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물을 마시자마자 갈증을 호소하는 증상인 소갈을 치료한다. 중략. 물을 마시자마자 토하는 것은 수가 열보다 성한 경우이고, 물을 마시자마자 갈증이 있는 것은 열이 수보다 성한 경우이다.
두 가지 증상 모두 소변불리하기 때문에 똑같이 오령산을 써서 치료한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