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한·미 금리차 2%p에도 물가·가계부채 고려해 동결할 듯"[한은, 8월 기준금리 딜레마]

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6 18:36

수정 2023.08.06 18:36

거시경제 전문가 5인 전망
"외환 유출 가능성 낮고 물가 둔화
수출·경기 부진한 상황에서
금융시장 불안 키울 이유 없어"
"한·미 금리차 2%p에도 물가·가계부채 고려해 동결할 듯"[한은, 8월 기준금리 딜레마]

이달 한국은행이 5회 연속 금리동결을 결정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역대 최대인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차보다 가계부채 확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 등으로 인한 금융시장 안정을 고려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요국 금리인상 '막바지'

6일 거시경제 전문가 5인에게 '24일 예정된 한은 금통위 결정에 대한 전망'을 묻자 모두 '동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결정으로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 차가 역대 최대폭인 2.0%p까지 벌어졌다.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영란은행(BOE)도 14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영국의 기준금리는 5.25%, 15년 만에 최고치다.


지난 7월 27일 유럽중앙은행(ECB)도 기준금리 0.25%p를 인상했다. 9번 연속 인상된 유럽의 기준금리는 4.25%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7월 30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9월 혹은 그 이후에 금리가 동결되더라도 언제든 금리인상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과 ECB 주요 관계자들이 인상 결정 이후 추가 인상과 동결 가능성을 동시에 제시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금리인상 기조 국면이 마무리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 외환 유출 우려가 나오지만 금통위원들과 대다수 전문가는 과거 사례(데이터)를 토대로 자금 유출 우려를 낮게 봤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을 포함한 주요국의 긴축은 막바지"라며 "유럽의 추가 금리인상이 환율 및 자금 유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유럽이 금리 긴축 기조를 연준보다 장기화한다면 달러 약세로 이어져 원·달러 환율 하락의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통위 8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8월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연구원은 7월 금통위 의사록을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전원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금리인상에 대한 소수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또 내외금리차 확대보다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주목했다. 조 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상승하고 있지만, 전년 대비 확연한 안정세"라며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시장 반등에 대한 문제도 추가 인상을 통해 강경책이 아닌 미시적 대응을 우선하겠다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이 연구위원도 "미국 연준이 금리를 추가 인상할 여지가 분명하지만 금리차 확대에 따른 한국의 자본유출이 현재 발생하지 않았다"며 "채권금리 차이는 크지 않고 한국이 다른 신흥국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안정성을 고려할 때도 동결을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흥종 한국APEC학회장은 "금리 격차를 고려할 때는 한 차례 정도 인상해야겠지만 부동산 PF와 가계부채 증가세 등 금융시장 안정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동결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물가가 2.3%로 둔화하는 등 물가안정세도 동결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물가는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불안정한 수출과 내수 상황을 고려할 때 동결될 것"으로 분석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도 "경기가 나쁘지만 근원물가상승률이 2%를 넘겼다"며 "물가가 잡히고 있기에 동결할 것"이라고 봤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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