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쏟아지는 범죄 예고글 절반이 10대…'살인예비죄' 처벌은 쉽지 않아 [불안한 대한민국]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7 18:13

수정 2023.08.07 18:44

국수본 검거 59명중 54%가 10대
대부분 장난으로 올렸을 가능성 커
검경, 예비살인 혐의 적용 밝혔지만
흉기 구매 등 고의 드러나야 성립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출국장에서 경찰특공대 대원들이 폭발물 탐지견과 함께 순찰을 돌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제주공항 폭탄테러 예고 글에 이어 이날 오전에는 김해공항과 관련된 테러 예고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경찰은 테러를 의심할 만한 정황은 없었다며 허위 게시물에 대해서 엄중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출국장에서 경찰특공대 대원들이 폭발물 탐지견과 함께 순찰을 돌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제주공항 폭탄테러 예고 글에 이어 이날 오전에는 김해공항과 관련된 테러 예고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경찰은 테러를 의심할 만한 정황은 없었다며 허위 게시물에 대해서 엄중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쏟아지는 '살인예고' 글에 형사처벌이 가능할까. '묻지마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면서 경찰과 검찰이 물리력 행사 등을 포함해 강력 대응키로 했다. 특히 범죄를 예고하는 글에도 협박·살인 예비 등의 혐의를 적용한다는 방침인데, 현실성 여부를 두고 법조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단순히 공개된 공간에 글을 게시하는 것만으로는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나, '통제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살인 예고 피의자 절반이 10대"

경찰이 검거한 '살인 예고' 피의자 중 절반 이상은 1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진지하게 살인 계획을 짰다기보다 장난으로 글을 올렸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 원칙적으로 협박죄를 적용하나, 흉기 구입 등 범행도구 준비 정황이 포착될 경우 살인예비죄로 의율한다는 방침이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오전 7시까지 살인예고 글 187건을 확인해 59명을 검거하고 3명을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특히 전체 검거자 중 54%는 10대 청소년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살인 예고 게시글 작성자에 대해 예비살인과 협박 등 최대한 엄격한 형벌을 적용할 방침이다. 다만 예비살인 혐의의 경우 범죄대상을 특정하고 흉기 구매 등 구체적인 범행계획과 실천이 있어야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사안에 적용하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4∼6일 사흘간 다중밀집지역에서 거동수상자 442명을 검문검색했고 이 가운데 14명을 협박 등 혐의로 입건됐다. 7명은 경범죄처벌법 위반 등으로 과태료를 매겼고 99명은 경고조치 후 훈방했다. 입건된 14명은 대부분 흉기를 소지했다. 마약을 갖고 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우 본부장은 "검문검색 기준은 '현장 경찰'의 판단에 의해서 할 수밖에 없다"며 "살펴봐서 일반인과 다르게 행동을 하거나 불안해하는 등 특이동향이 발견됐을 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수본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국정원장 재임시절 채용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고 전했다.

국수본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31일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에게 업무방해와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서 전 실장은 국정원장으로 일하던 지난 2017년 8월 문재인 대선캠프 출신인 조모씨를 기준에 미달하는 데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기획실장으로 채용한 혐의를 받는다. 후임인 박 전 원장 역시 자신의 보좌진 등으로 일한 강모씨와 박모씨가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취업하는 데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종합 외교안보분야를 연구하고 분석해 전략·정책을 개발하는 국정원 유관기관이다.

■장난으로 올린 글 처벌은 어려워

이원석 검찰총장도 지난 6일 오전 '중대강력범죄 엄정대응 긴급회의'에서 '살인 예고'에 대해 "협박죄 외에도 살인예비,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가능한 형사법령을 적극 적용하라"며 강력대응 방침을 밝혔다.

다만 글을 올린 것만으로는 살인 예비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최근 흉기난동과 살인 예고 글에 대해 경찰이 살인예비 혐의를 적용한 케이스는 3건뿐이다 △"신림역에서 20명의 여성을 살해하겠다"며 글을 올린 20대 남성 △고속터미널에서 흉기 소지로 체포된 20대 남성 △경북 안동시에서 '사람을 죽이겠다'는 예고글과 흉기를 촬영한 사진을 올린 30대 등이다.

수사기관은 이들에 대해 협박·살인예비 혐의 적용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들이 해당 혐의로 실제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측에서는 공개된 공간에서 불특정다수에 대해 범죄를 예고하는 행위를 협박 등 혐의로 처벌한 대법원 판례를 찾아보기 어렵고 살인예비죄의 경우 살인의 고의가 드러나야 하는 등 성립요건이 까다롭다고 지적한다.

부장검사 출신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불특정다수에 대한 협박이라는 개념이 없다"며 "살인예비죄는 실제 살인을 하려고 장비를 구입하는 등 살인의 고의가 드러나야 하는데 글을 올리는 것만으로 해당 혐의를 적용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살인 예고 글을 올린 10대들의 경우에도 살인예비죄 적용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수본 관계자는 "청소년들은 소년부 송치나 정식 기소, 둘 중 하나로 처리한다"며 "촉법소년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처벌은) 어렵고 교육과 훈계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조계는 무분별하게 살인 예고 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우리 사회가 '안전한 사회'로 인식되던 과거와 달리 '위험한 사회'로 인식되는 현재, 이 같은 행위를 방치할 경우 지속적인 사회적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사건에 대한 형사처벌을 두고 갑론을박은 있을 수 있지만 시민들의 실질적 공포심이 있는 상황에 살인 예고 글을 올리는 행위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며 "신속한 검거와 처벌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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