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연 2회’‘간략히’… 은행내부통제 보고 규정 14년째 그대로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7 18:21

수정 2023.08.07 21:10

횡령사고 못 막는 이유 있었네
금감원에 반기별 한번 현황 제출
지적 내용은 간단하게 적도록 해
소액 야금야금 빼가면 속수무책
‘연 2회’‘간략히’… 은행내부통제 보고 규정 14년째 그대로
[파이낸셜뉴스]잇따른 은행권 대형 횡령사고로 내부통제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금융사 뿐 아니라 금융당국 관리감독에도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은행 내부통제 현황을 6개월에 한번 단위로 보고받아 추가 사고 예방이 어려운 구조다. 금융위원회는 사고금액이 3억원 이상인 경우만 즉시 보고받게 돼 있어 소액 횡령사고를 인지하기 쉽지 않은 문제도 있다. 금융회사 내부통제에 구멍이 뚫린 데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제도도 이를 걸러낼 만큼 정교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내부통제 업무보고 '반기에 한 번'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특수은행·외국은행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내·외부 통제현황 보고서는 총 2개로 이 중 내부통제 현황은 '반기별 한 번' 작성해 보고하게 돼 있다. 업무보고서를 살펴보면 은행들은 △자체검사 △상시검사 등을 구분하고 점포명, 검사원 성명, 검사일 등을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
지적내용은 '간략히' 기재하면 된다.

대외 통제현황 보고서는 월별로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 작성요령을 살펴보면 '감사원, 재경부(현 기획재정부) 등 외부기관 검사·조사를 모두 포함한다'라고 돼 있다. 금감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와 관련된 규정은 지난 2009년 6월 30일 개정된 후 14년째 그대로다.

감독당국이 피감 금융회사에서 제출받는 총 290여개 업무보고서 중 내외부통제 현황 관련 보고서가 두 개에 그치는 데다, 특히 문제가 되는 내부통제는 업무보고 주기도 길다. 감독당국이 적극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추가 금융사고를 막기 어렵게 돼 있는 것이다.

금융위의 경우 소액 금융사고를 즉시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은행법 시행령에 따르면 은행은 3억원 이상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다음 날까지 사고 내용을 금융위에 보고하게 돼 있다. 3억원 미만 사고에 대해서는 보고할 법적인 의무가 없는 것이다. 아울러 10억원 이상의 금융사고에 대해서만 은행 홈페이지 등을 통해 15일이내 사고 사실을 공시토록 하고 있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사고금액이 3억원 미만이라도 횡령·사기·배임 등 형법 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과 관련된 범죄 혐의가 있는 경우 금감원 세칙에 따라 금감원장에게 즉시 보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국도 '매뉴얼 개정' 추진

횡령사고는 1차적으로 금융회사 내부통제 실패의 문제지만 추가 사고를 즉각 방지하지 못한 데는 관리감독 제도의 문제도 있는 셈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전체 금융업권 횡령금액은 1816억590만원, 횡령을 저지른 임직원 수는 202명으로 집계됐다. 환수율은 12.4%에 그쳤다. 올해에는 지난 7월말까지 580억7630만원 상당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8월 이후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등을 운영해왔음에도 은행 횡령이 이어진 것이다. 강민국 의원은 "당국이 연달아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는데도 오히려 횡령사고가 증가한 건 대책들이 실효성이 떨어지는 걸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 당국에서도 제도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4월 내부통제 평가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은행 경영실태평가 개편안을 발표, 내년 시행을 목표로 관련 규정 및 매뉴얼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제도 문제라기보다는 금융사 자체 내부통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방대한 업무보고서 전체 항목 모두를 월별, 분기별로 제출하라고 하는 것은 업계에 실무적으로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금감원에서 분기별 제출을 요청한다는 이유로 내부통제를 강화한다면 내부통제에 대한 금융회사의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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