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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사전영향평가·절대평가… 쏟아지는 법안 속 정답 있을까 ['사교육 공화국' 대한민국]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8 18:13

수정 2023.08.08 18:56

<5> '공교육 정상화' 입법경쟁
방법 달라도 킬러문항 배제 유도
선행학습·사교육 부담 경감엔 역부족 평가
교권보호 문제도 새로운 화두로
수능 사전영향평가·절대평가… 쏟아지는 법안 속 정답 있을까 ['사교육 공화국'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 수능' 지시로 오는 11월에는 이른바 킬러문항이 배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다. 정부는 과열 경쟁을 가라앉혀 사교육 부담을 경감시키고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수립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 계류 중인 여야 의원들이 낸 법안들의 경우 내용상에선 약간 다르지만 공교육 강화라는 정부의 목표와는 상당수 일치하고 있어 향후 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선행학습·사교육비 유발 평가 확대

8일 국회에 따르면, 우선 현 정부가 시행할 킬러문항 배제를 유도하는 법안들이 있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 특별법(공교육정상화특별법)'을 개정해 수능과 교육정책을 두고 선행학습과 사교육 비용을 유발할지 영향평가를 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발의했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교육부 장관으로 하여금 수능에 대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지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토록 하고, 그 결과를 향후 수능에 적용하자는 내용이다. 수능을 특정해 사전평가를 한다는 점에서 현재 진행하는 킬러문항 배제와 상통한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의 발의안은 경쟁의 목적인 입학전형 자체에 대한 영향평가 범위를 늘린다. 대학교는 물론 특수목적고등학교와 자율형사립고 같은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학교에 대해 학교장이 실시하는 영향평가 항목에 사교육비 유발을 더하는 내용이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경우에는 선행학습과 사교육비 유발 영향평가 범위를 교육정책까지 넓힌다. 교육부 장관이 정책을 변경할 때 이에 따른 영향평가를 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 견제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공교육정상화특별법을 적용 받지 않는 영재학교에 손을 뻗는 법안도 있다.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영재학교 입학전형의 내용과 방법에 대해 고등학교 입학 단계 이전 교육과정으로 제한하고 선행학습 유발 여부를 점검토록 하는 영재교육진흥법 개정안을 내놨다. 영재학교 입학을 위해 사교육비를 쏟아 붓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다.

■절대평가 수능, 사교육 늘어날 우려

공교육 체제 자체에 변화를 주려는 법안들도 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초중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수능과 교과평가 모두 절대평가로 바꿔 성적 경쟁 자체를 차단하는 안을 냈다. 수능과 학교생활기록상 교과학습 평가 모두 표준점수·표준편차·백분위·석차 및 석차등급 표기 자체를 없애 상대평가 기준 자체를 폐지시키는 내용이다.

이는 수능을 자격고사 형태로 바꾸려 했던 전임 문재인 정부의 시도와 맞닿는다. 일정한 기준 이상 점수만 얻으면 대학에 입학할 자격을 부여하는 것인데, 민주당은 지난달에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과 함께 토론회를 개최해 절대평가 방식 수능을 주장했다.

하지만 절대평가 수능은 대학별 고사를 초래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교육을 오히려 더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문재인 정부 때에도 교육부 의뢰 연구용역 보고서에 대학들의 이 같은 지적이 담기면서 결국 추진하지 못했다.

공교육의 지엽적인 변화를 담은 법안들도 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초중등교육법·고등교육법을 개정해 초중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토론식 수업을 적극 진행토록 법률에 명시하는 안을 제시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과 한국교육방송공사(EBS)법 개정으로써 EBS를 활용해 초중고등학생 소프트웨어 교육을 진행하고, 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행정·재정지원을 하는 안을 내놨다.

■당장 적용할 만한 대안은 없어

종합하자면 국회 계류 법안 중에는 현재 진행 중인 킬러문항 배제를 더해 당장 효과를 거둘 만한 대안은 사실상 없다. 수능과 교과평가 절대평가의 경우에는 대학별 고사를 피할 수 없어 사교육 부담 경감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고, 현행 영향평가 범위를 다소 확대하거나 영재학교 입시와 수업 방식과 내용 등 지엽적인 부분을 다루는 법안들뿐이라서다.

때문에 교육부가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 시안, 여당인 국민의힘의 '학교 교육 및 대학 입시 정상화 특별위원회(특위)'가 제시할 대안이 주목된다.
윤 대통령이 '사교육 카르텔'이라는 격한 표현까지 쓴 만큼 킬러문항 배제에 더할 공교육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킬러문항을 배제한 수능에 대한 사후평가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점, 또 서이초 사건으로 인해 교권 보호 문제가 화두인 상황 탓에 근시일에 공교육 정상화 방안이 마련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 특위도 킬러문항 배제에 방점을 찍고 논의 중이고, 국회 교육위도 여야를 막론하고 교권 보호 법안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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