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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만 반려인 고민 해결할 정부 대책 나왔다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09 17:03

수정 2023.08.09 20:26


[파이낸셜뉴스]
반려동물 만성질환을 관리하기 위한 ‘처방식’은 ‘기능성’과의 구분이 필요하고, 처방식 급여를 위해 수의사와의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영양 상태 평가가 필요하다.
반려동물 만성질환을 관리하기 위한 ‘처방식’은 ‘기능성’과의 구분이 필요하고, 처방식 급여를 위해 수의사와의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영양 상태 평가가 필요하다.

#30대 최씨는 첫 반려묘 입양을 앞두고 사료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혼란에 빠졌다. ‘계육분’이라고 표기된 A사와는 달리 B사에는 ‘닭고기 분말’, C사에는 ‘건조 닭고기’라고 표기되는 등 같은 원료에 대해 표기된 원료명이 모두 달랐기 때문이다. 현행법에는 펫푸드에 ‘생고기’를 사용한다 해도, 사람 식품과 달리 몇 %를 어떤 형태로 넣었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다.

#올해 9살의 된 노령견을 위해 기능성 사료를 바꿔주려던 40대 보호자 정씨 역시 고민이 늘었다.
매장 진열대에 기능성 펫푸드 종류가 너무 많았으며, 이러한 기능성 사료가 실제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해 확인된 효과나 결과를 바탕으로 했는지 또한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반려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고민과 불안감이 커지면서 반려동물 산업과 업계 전반에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9일 커져가는 반려산업을 지원하고 제도적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대책'을 발표했다.

펫푸드 표시사항 고시 제정..가축용 사료와 펫푸드 구분

정부의 이번 육성대책에서는 국내 반려동물 양육비 중 가장 기본적이며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펫푸드’ 관련 내용을 포함되며 반려동물 먹거리에 정확히 무엇이 들었는지 혼란을 겪어온 많은 소비자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2024년까지 가축용 사료와 구분해 펫푸드에 특화된 분류체계, 표시기준, 영양 가이드라인 등에 대한 특화제도를 마련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위한 ‘펫푸드’는 소나 돼지 같은 가축용 동물과 동일한 사료관리법의 적용을 받아왔다. 정부는 이에 미국사료관리협회(AAFCO)와 같은 선진화된 펫푸드 분류체계의 조사∙분석을 토대로,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펫푸드 제도를 마련한다. 분류 체계 역시 원료 중심으로 된 가축용 사료의 분류 체계(단미사료, 배합사료, 보조사료)에서 △주식 △간식 △특수목적식으로 구분 된다.

소비자의 알권리를 강화하고 정보 혼선 방지 등을 위한 표시기준도 개선된다. 계육분, 육골분, 어유 등 이해하기 어려운 원재료에서 닭고기 분말, 고기뼈 분말, 생선 기름 등 이해가 쉬원 원재료로 명칭이 개정된다. △원료 함량 △원산지 △급여 방법 등 소비자에게 중요한 표시사항 중심으로 정보가 강화된다.

또 다른 중요한 변화 중 하나로, 반려동물의 영양 가이드라인 즉 반려동물만을 위한 영양 기준이 적립된다는 점이 꼽힌다. 반려동물은 오로지 보호자의 의지와 정보에 따라 평생의 주식이 정해지므로, 반려동물의 영양 기준을 충족하는 ‘완전식품’의 개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반려동물 영양 가이드라인 협의체’를 발족하고 유럽펫푸드산업연합(FEDIAF)과 같은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반려동물 특성에 맞는 영양 가이드라인을 마련∙적용할 예정이다.

양철호 한국수의영양학회(KSVN) 회장은 “우리나라에는 특히 반려동물의 만성 질환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 목적의 ‘처방식’ 사료에 대한 제도 마련이 시급했다. 일부 무분별한 ‘기능성’ 및 ‘처방식’ 표기로 인해 보호자들도 많은 혼란을 겪어왔는데, 이번 발표로 표시사항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재정비되는 등 반려동물의 건강와 영양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부 사료 제품은 포장재 이미지를 통해 ‘생고기’가 그대로 다 들어간 듯한 오해를 야기한다.
일부 사료 제품은 포장재 이미지를 통해 ‘생고기’가 그대로 다 들어간 듯한 오해를 야기한다.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 완화·펫보험 활성화 예고

반려동물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현재 1500만 규모로 추산되는 반려동물 양육 가구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지난 7월 발표된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실제 보호자들은 동물병원 진료비에 가장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오는 10월 1일부터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에서 100여가지 종류의 진료를 받을 때의 진료비에 대해 부가세가 면제된다. 같은 날 정부는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완화를 위해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세 면제 대상 100대 다빈도 진료항목'을 선정해 발표했다. 그간 동물병원에서는 예방접종, 중성화수술, 병리학적검사 등 질병 ‘예방’ 목적의 일부 진료항목에 대해서만 부가세가 면제됐었지만, 앞으로는 ‘치료’ 목적의 진료항목도 추가됐다. 이제 ‘외이염’, ‘결막염’, ‘개 아토피성 피부염’, ‘무릎뼈 안쪽 탈구’ 등 부가제가 면제되는 다빈도 질병이 100여개로 대폭 확대됐다.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험사 제휴 동물병원, 펫숍 등으로 판매 창구를 다양화하고 간편 청구를 통해 가입자 편의와 접근성을 확대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금융위와 협력해 반려동물의 발달 단계, 특성 등을 감안한 합리적인 보험료의 신규상품을 개발중에 있으며 올해 ‘펫보험 활성화 방안’에 대한 내용이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전국 1000여 개의 동물병원 진료비를 공개한 바 있어 반려인들을 위한 실질적 정책 강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정부는 본격적인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 수의업계 등 관련 업계와 논의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대규모 반려동물 실증시설 조성 및 수출 활성화 지원

이번 발표에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점은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관련 산업의 성장 기반 구축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먼저 반려동물의 기호를 반영해 제품 및 서비스의 상품성을 제고하기 위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실증 인프라(One-Welfare valley)’를 조성한다. 실증 인프라는 신체적∙정신적으로 최상의 복지를 누릴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춘 곳에서 잘 훈련된 반려동물을 양육하며 제품에 대한 실증 요소를 테스트해 고부가∙신제품 개발을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 시제품에 대한 반려동물의 기호성, 소화율, 연령, 성별 등에 대한 실증 데이터를 통해 제품을 보완하고 검증할 수 있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시설을 조성해 국내에도 반려동물 제품에 대한 R&D 실증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국내 펫푸드, 펫테크 등 펫케어 기업들이 제품 개발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해당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수출 지원을 위한 창구를 마련하고, 관련 특별법 검토 등 국내 반려동물 연관사업 기업들의 원활한 글로벌 진출을 위해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급격한 시장 확대로 글로벌 각축전이 예상되는 중국∙인도∙베트남 등의 시장조사부터 현지화까지 시장개척 지원을 강화한다.
수출 주력 산업인 펫푸드, 펫테크 등의 바이어 매칭 행사, 전시∙박람회 참여 기회 확대와 같은 판로개척을 지원하며, 법률 자문, 해외인증, 판매 촉진 등 현지화를 위해 관계부처∙기관 및 민간 협조체계를 활용해 모든 가용 자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펫사료협회 관계자는 “이번 발표에는 명확한 규제 및 제도 마련, R&D 실증 인프라 조성, 수출지원 강화 등 반려동물 업계 전반을 위한 정부 차원 노력이 돋보인다.
이번 대책을 통해 보다 기업 및 개별 반려인들에게도 피부에 와닿을 가시적인 성과를 만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협회 역시 올해 반려동물 영양정보 안전위원회를 출범하고, 법령기술분과위원회를 정비하는 등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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