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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박 본 AI가 말했다… "교통사고 과실은 2대 8입니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10 16:32

수정 2023.08.10 16:32

GIST 이용구 교수팀, AI로 법률적 판단하는 교통사고 과실평가 기술 개발
자동차 사고. GIST 제공
자동차 사고. G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당신 차는 신호등이 녹색일때 진입해 과실이 20%, 상대 차는 비보호 좌회전 상황이어서 과실이 80%입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기계공학부 이용구 교수팀이 인공지능(AI) 기술로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해서 교통사고 과실 비율을 평가하는 데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손해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교통사고 과실 비율 평가와 관련된 분쟁은 매년 10만 건 이상 발생하고 있으며 변호사 5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건당 약 75일에 걸쳐 심의하는 등 천문학적인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고 있다.

교통사고 과실 AI 평가 기술을 활용하면 보험업계에서는 기초적인 역학조사에 투입 인력을 줄이고 변호사의 분쟁 심의를 지원할 수 있다. 또 분쟁 심의에 소요되는 기간도줄이고, 소비자 역시 사고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얻을 수 있으므로 추가적인 분쟁 제기를 하지 않아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이와함께 CCTV 영상 분석을 통한 범죄 예방 및 분석, 자율주행 안전 예방 장치 등 다양한 분야에도 접목될 전망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교통사고 과실 개념도. GIST 제공
인공지능을 이용한 교통사고 과실 개념도. GIST 제공
오늘날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음에도 AI와 법률을 접목한 '리걸테크(Legal Tech)' 분야는 아직까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사고 상황에 대한 공간적, 시간적 인지 능력에 더불어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교통사고 과실 비율 평가에는 AI를 활용한 사례가 거의 없다.

연구진은 블랙박스 영상이 사고 상황에 대한 정보를 그대로 담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주관적 관점이 없는 AI가 사고 과실을 평가하면 가장 객관적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우선 블랙박스에 찍힌 사고 영상 1200건을 분석해 AI 네트워크에 학습시켰다. 여기에 동시 분석이 가능한 3D 회선신경망(CNN) 기술을 활용했다. 연구진은 "사고 영상을 분석하려면 차도, 차선과 같은 '공간 정보'와 사고 차량의 움직임과 같은 '시간 정보'를 동시에 분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사고 관련 정보를 시간에 따라 누적한 후, 누적된 정보를 분석해 최종 사고 과실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기존의 AI 영상 분석 기술은 주로 달리기나 수영과 같은 반복적 움직임을 분류하는 방식이었나, 사고 영상에서는 시간에 따라 차선 변경과 추돌 같은 다양한 움직임을 조합해 최종 사고 과실을 결정해야 한다.

이용구 교수는 "이제 AI가 인식을 넘어 법률적 판단을 하는 시대가 올 것이며, 인간은 AI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인력에 의존하고 있는 사고 심의를 자동화하고 소요 시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교수가 주도하고 이성재 박사과정생이 참여해 개발한 교통사고 과실 AI 평가 기술을 저명한 국제학술지 '컴퓨터 설계 및 공학 저널(JCDE)'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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