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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 요리요정 "참치액만 있으면 궁중요리도 쉬워요" [인터뷰]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10 18:24

수정 2023.08.10 18:24

요리 유튜브에 진심… ‘한라식품 3세’ 이정웅 총괄이사
‘요리요정 이팀장’ 유튜브 채널 운영
쉽고 편하게 요리 따라하도록 제작
궁중요리 레시피 담긴 책 펴내기도
재벌 3세 요리요정 "참치액만 있으면 궁중요리도 쉬워요" [인터뷰]
"당신의 발요리에 등불이 되어 줄게요."

국내 참치액 1위 기업 한라식품 3세, 이정웅 총괄이사(사진)는 '본캐'와 '부캐'가 따로 있다. 본캐는 한라식품의 생산관리와 마케팅을 총괄하는 총괄이사, 부캐는 쿠킹 스튜디오 '요리요정이팀장' 컴퍼니를 운영하는 요리연구가다.

그의 유뷰트 채널 명은 '요리요정 이팀장'으로 현재 구독자는 1만5000명 남짓, 동영상은 171개가 올라와 있다. '당신 발요리에 등불'은 그의 채널명에 담긴 설명으로 이 총괄이사의 요리 철학을 보여준다. 8월 초 서울 마포구 동교로에 있는 그의 쿠킹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은 그의 본캐가 아닌 부캐에 초점을 맞췄다.


요리에 진심인 그에게 '음식을 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제철 재료와 간'이다. 이 팀장은 "최근 20~30만원 하는 비싼 오마카세 식당에서도 간이 안 맞고 입 맛에 안 맞는 음식을 내는 곳이 있는데 그럴 때는 말을 해야 한다"며 "말은 오마카세지만 한 가지 코스 요리로 1년 내내 같은 음식을 내는데 우리나라는 4계절이 있고 계절에 따라 같은 배추라도 여름 배추와 겨울 배추는 질감, 수분, 식감, 당도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재료와 같은 양념을 써도 맛이 달라지는데 비싸면 옳다는 생각 때문에 내 돈을 주고 사먹으면서도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1983년 제주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때 상경, 경북대에서 식품공학과를 전공했다. 한라식품은 이 씨의 할아버지인 고 이용상 창업주가 1972년 창립했다.

한라식품의 대표 상품인 '참치액'은 '참치액젓'과는 전혀 다른 한국식 양념이다. 소금을 넣고 액젓같이 발효하는 대신 '가쓰오부시'라고 불리는 훈연참치를 물에 넣고 추출한 제품이다. 특히 TV 방송에서 백종원, 류수영, 차승원 등 요리 고수들이 한라식품의 '참치액'을 쓰면서 유명해지기도 했다. 광고가 아닌 그들이 애용하는 비밀 재료였던 것이다.

이 팀장은 2009년 육절기에 손을 심하게 다쳐 피부 이식 수술도 받았지만, 요리에 대한 열정을 꺾지 않았다. 사고 이후에도 업무와 병행하며 궁중음식연구원 3년 과정을 수료하고, 궁중음식 체험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구절판, 육전, 갈비찜, 잡채 등 모두 궁중음식에 속한다. 궁중음식은 말 그대로 왕과 왕비를 위해 만드는 음식으로 세세한 부분도 손이 많이가고 복잡하다. 단순히 조리 뿐 아니라 냉장고가 없는 여름에 완도에서 전복을 수확해 말려서 보내고 보존하는 법, 대규모 왕의 연회를 여는데 상궁, 군인, 군사들의 식사법 등 모든 것들을 다 포함한다."

하지만 궁중요리를 배운 요리요정 이 팀장의 요리법은 '심플 이즈 더 베스트'다. 그가 펴낸 요리책과 외부 기고를 보면 대부분의 요리 과정은 '4번째 단계'를 넘어가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요리 레시피라도 그걸 따라하는 사람이 쉽고 편하게 재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 연남동 쿠킹 스튜디오에서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고, 유튜브 영상도 올린다. 또 초간단 레시피 50선을 모은 레피피북도 출간했다. 문화재청의 유튜브 채널 '영차'와 오늘의 집, 일간 신문과 월간지 등 다양한 곳에 외부 기고도 연재하고 있다. 와인바, 동원식품 등 다양한 업체와도 협업해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해 새로운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밸런스 게임 질문을 던져봤다. '한라식품 1등 식품 기업 되기'와 '유튜브 채널 국내 1등으로 성장'하기 중 선택한다면? 그는 "작년까지는 유튜브 채널 1위가 목표였지만 지금은 1등 식품 기업 되기가 목표다"며 "유튜브는 한 번에 기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팀장은 "현재 사업에 집중하면서도 향후에 '프랜차이즈' 식당 론칭이나 밀키트 사업 등도 추진해 볼 생각이 있다"며 "기존에 펴낸 요리책 외에도 '혼밥러'들을 위한 쉽고 재미있는 요리책을 추가로 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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