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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vs 中·러'로 나뉜 세계교역 지형… "심각한 경제 손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10 18:43

수정 2023.08.10 21:14

中 수출 줄고 美 수입도 줄어
올 세계교역 2% 증가 '둔화'
지정학적 갈등에 교역 약화
脫세계화 속 내년도 불투명
세계 교역이 감소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수출은 줄고 있고, 세계 최대 소비국인 미국은 수입을 줄이고 있다. 이는 세계 경제 둔화세를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지만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더 커다란 흐름, 탈세계화의 징조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탈세계화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개발도상국 간 블록화가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올해 세계 교역 성장률 하락

세계 교역 전망은 우울하다. 9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교역 증가율이 2%에 그쳐 지난해 성장률 5.2%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은행(WB), 세계무역기구(WTO)의 전망도 좋지 않다. IMF 전망보다 낮은 1.7%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소비 부문을 담당하는 미국은 수입을 줄이고 있다.

8일 미 상무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의 수입은 1년 전보다 4% 줄었다. 반면 수출은 2.6% 늘었다. 6월 수입은 전월비 1% 감소한 3130억달러로 2021년 12월 이후 1년 반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미 경제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매튜 마틴은 8일 분석노트에서 "올 후반 쇼핑 시즌을 맞아 교역 지표가 일부 개선되기는 하겠지만 고금리·소비둔화·완만한 침체 등에 따른 거센 역풍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정학적 갈등

전문가들은 내년에 교역이 일부 회복되기는 하겠지만 팬데믹 이전 20년 동안 기록한 연평균 4.9% 교역증가세로 복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IMF를 비롯한 세계 기구 이코노미스트들은 성장둔화, 특히 선진국 성장률 둔화를 주된 배경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성장둔화만이 원인은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미국과 동맹들의 훼방이 세계 교역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성장둔화는 단기적으로 해결될 문제이지만 지정학적 갈등은 장기적으로 교역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카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말 "각국이 교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면서 "관세·교역제한 규정 등이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인직접투자(FDI)도 제한을 받고 있다"면서 "심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차단하기 위해 반도체를 비롯한 중국 첨단 산업 분야에 미 기업과 개인의 투자를 규제하고 있다. 유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다만 독일 자동차 업체들을 비롯해 상당수 유럽 기업들이 중국에 생산과 원료를 의존하고 있어 갈 길은 멀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급속하게 추진되면서 세계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세계화가 위축되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탈세계화가 심각한 경제적 손실과 고물가, 낮은 생산성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런던경제대(LSE) 교환교수이자 LC매크로어드바이저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렌조 코도뇨는 "세계가 실질적으로 두 개 블록으로 갈라지는 것은 경제적으로 심각한 손실"이라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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