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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진출만 힘들어"...바이낸스, 고팍스 대표만 3번 바꾼다 [코인브리핑]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11 15:42

수정 2023.08.11 15:42

창펑 자오(CZ)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 뉴시스 제공
창펑 자오(CZ)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일본까지 뚫어낸 글로벌 코인거래소 바이낸스가 한국의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바이낸스가 인수한 국내 원화마켓 고팍스가 또 한 번 대표를 바꿨다. 인수 후 세 번째다.

바이낸스 출신→고팍스 출신→그 다음은?

1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4일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는 이사회를 열고 기존 4인 이사 체제에서 5인 이사 체제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이사진 개편안을 가결했다. 지난 6월 19일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중훈 대표는 사임했다. 이사 5인 중 4명이 바이낸스 측 인사로 채워졌다.
나머지 한 명은 시리즈B 투자에 참여한 KB인베스트의 박덕규 이사다.

바이낸스에 인수된 뒤 고팍스 대표이사 변경은 이번이 세 번째다. 레온 싱 풍 바이낸스아태지역총괄은 바이낸스가 고팍스와 지분인수 계약을 체결한 지난 2월 2일에 맞춰 취임한 첫 번째 대표다. 4개월 뒤 고팍스 부대표 겸 최고전략책임자(CSO)였던 이 대표가 자리를 이어 받았지만 47일 만에 또 다시 변경됐다.

갑작스럽게 이 대표가 등기이사에서 제외되면서, 고팍스의 가상자산 사업자 변경신고 수리 여부는 한층 불투명해졌다. 이 대표는 당국의 신뢰를 얻기 위해 소방수로 나선 인물이었다.

"한국 진출만 힘들어"...바이낸스, 고팍스 대표만 3번 바꾼다 [코인브리핑]

변경 신고서를 세 번이나 제출해야 하는 상황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고팍스는 바이낸스 인수 후 등기이사 변동에 따른 첫 사업자 변경신고를 지난 3월 6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접수했고, 지난 7일에는 이 대표 선임과 관련한 변경신고를 다시 제출했지만, 신고서 제출 전에 이사변동이 또 발생해 이번 변경신고는 의미 없는 것이 됐다. 지난 4일 이사회를 통해 등기이사진에 변동이 또 발생한 만큼 사업자 변경 신고서를 또 다시 내야 한다.

금융당국의 묵묵부답에...고파이 피해자 '발 동동'

금융당국이 신고 수리를 미루는 배경에는 바이낸스에 대한 여러 우려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바이낸스는 연초부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미등록 증권 판매와 관련한 소송전을 벌였으며, 아직까지 자금세탁을 비롯해 국제적으로 여러 사법 리스크가 얽혀있다.

금융당국의 무응답과 지지부진한 시장상황에도 불구, 바이낸스는 고팍스 경영권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4일 이사회에서 외국인 사내이사인 지유자오가 물러남과 동시에 한국인인 바이낸스 측 인사 3인이 이사진으로 합류했다. 이로써 고팍스 이사회에는 기존 등기이사였던 KB인베스트 박덕규 이사를 제외, 5인중 4인이 바이낸스측 인사로 구성됐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변경신고 역시 조기 수리는 어려울 것이라 보는 분위기다. 짧은 기간 동안 대표이사가 세 번이나 교체되며 내부 조직에도 혼란이 생긴 만큼, 당국의 부
정적 시선이 오히려 커졌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FIU 내부 인력 교체까지 겹쳐 의사결정 과정이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고파이 피해자들은 지연되는 변경신고 수리에 발만 구르는 중이다. 고팍스는 코인 예치 서비스 고파이를 제공해 왔는데, 자금 운용사 제네시스가 파산하면서 이용자 자산 약 566억원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고파이 자금은 현재 25%만 상환된 상태로, 바이낸스는 FIU의 변경신고가 수리되는 대로 나머지 75%를 지급한다는 입장을 계속 내세우고 있다.

바이낸스, 전 세계 18개 시장에 진출
뉴스1 제공
뉴스1 제공

한국 진출이 지지부진한 바이낸스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진출은 활발하다. 일본은 이달부터 바이낸스를 자국 내 거래소로 인정했다. 일본 금융청(FSA)은 2년 전 바이낸스의 현지 진출을 막은 바 있지만, 일본 정부가 최근 가상자산과 블록체인을 미래 육성 산업으로 꼽으면서 금융당국도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바이낸스의 일본 거래소 '바이낸스 재팬'에는 총 34종의 가상자산이 최초 상장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낸스 재팬’은 오는 14일부터 일본에 거주하는 바이낸스 플랫폼 기존 가입자를 대상으로 고객인증(KYC) 후 거래소 이용을 허용할 방침이다.

지난 2021년 9월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지정한 엘살바도르도 바이낸스에 ‘비트코인 서비스 제공자(BSP)’와 ‘디지털자산 서비스 제공자(DASP)’ 라이선스를 발급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지난해 3월 공공 비트코인 프로젝트 논의를 위해 창펑 자오(CZ)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를 현지에 초청한 바 있다.


현재 바이낸스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두바이 등 총 18개 시장의 운영 라이선스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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