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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연구원 "현행 보험 고지의무사항 질문표, 응답편향 초래...개선되어야"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13 12:00

수정 2023.08.13 12:00

보험연구원 리포트 '고지의무사항 질문표 개선 필요성과 방안'
보험연구원 제공
보험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현재 보험 가입 시 작성하는 고지의무사항 질문표가 강한 응답편향과 낮은 응답신뢰도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청약자가 사회적 비바람직성과 인지적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질문표를 구성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13일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과 김혜란 연구원은 보험연구원(KIRI) 리포트의 '고지의무사항 질문표 개선 필요성과 방안'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송 연구위원과 김 연구원에 따르면, 보험계약자는 청약서의 고지의무사항 질문표에 정직하게 응답함으로써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계약해지 또는 보험금 부지급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보험금 부지급 건수는 생명보험 4521건(38%), 장기손해보험 1만3579건(9.9%)에 달했다.

질문이 명확하다는 전제 하에 응답자가 자기보고식 질문표에 사실대로 응답하지 않는 원인은 △경제적 이익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 △인지적 부담 및 만족화 성향 등이다.


우선 청약자는 인수거절 또는 보험료 인상 등을 우려해 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되는 병력·흡연·음주·약물복용 등에 대해 사실대로 고지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인식하거나 타인에게 인식되기를 원하는 욕구인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 또한 음주나 흡연처럼 사회 통념상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축소해 고지하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

응답자가 질문에 답하는 데 필요한 정신적인 노력인 '인지적 부담'이 클 경우에도 청약자가 최적의 답변 대신 적당히 만족할 만한 답변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경우 청약자가 인수심사 규칙을 알아채거나 의식하지 않도록, 사회적 비바람직성에 대한 부담과 인지적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질문표를 구성함으로써 정직한 고지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보험연구원의 설명이다.

[촬영 이충원]
[촬영 이충원]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응답자가 문제의 행동을 한 적이 있는지의 여부를 묻기보다 그러한 행동을 한다고 전제한 다지선다형 질문을 구성해야 한다. '최근 2년 동안 담배를 피우거나 니코틴 제품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예' 또는 '아니오'라는 답변을 유도하는 것보다 ‘언제 마지막으로 담배를 피우거나 니코틴 제품을 사용하셨습니까?’라는 질문과 복수의 세분화된 응답옵션을 제공하는 식이다.

응답척도를 높게 설정해 응답자가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규범의 극단에 있다는 당혹감을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1일 흡연량에 대해 △1일 40개비 이상 △1일 30개비 이상 △1일 20~29개비 이상 △1일 10~19개비 이상 △1일 1~9개비 이상 등으로 제시할 경우 응답자가 사실을 고지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 질문기법을 흡연 및 음주에 대한 고지의무사항 질문표에 적용해 기존 질문표에 대한 응답과 비교한 결과, 흡연 고지율은 35%에서 52%로 증가했으며 음주 고지율은 3배 이상 증가했다.

나아가 하나의 복잡한 질문보다 다수의 단순한 질문을 제시하는 것도 정확한 응답을 이끌어내는 방법으로 제시됐다.
일정 기간 내 음주량을 측정 시 개방형 답변을 요하는 질문보다 주종(맥주·와인·증류주)을 나눠 물어보는 방식이다.

송 연구위원과 김 연구원은 "현행 표준 질문표는 높은 수준의 인지력·합리성·성실성·정직성 등을 요구하고 위반 시 계약해지 또는 보험금 부지급 등의 페널티를 부과하나, 감독당국은 불완전한 개인을 상정하고 질문표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고지의무의 수동화가 입법화될 경우 보험회사의 인수심사는 온전히 질문표 응답에 의존해야 하므로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질문표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탐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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