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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정신 못차린 LH, 부실 숫자도 엉터리라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13 18:04

수정 2023.08.13 18:04

지난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한준 사장이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한준 사장이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번에는 철근이 누락된 단지가 당초 집계됐던 15곳이 아니라 20곳이라고 발표했다. 이한준 사장은 지난 1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뒤늦게 하자가 있는 단지를 자체 보강하고 발표에서 제외했다는 보고를 들었다"며 추가 누락 아파트 정보를 공개했다. 무량판 구조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모든 정보는 투명해야 한다는 경영적 판단에 따라 공개하는 것이라고 밝혔는데 안일하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LH 임원 전원은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에야 말로 조직의 근본을 바꾸는 수술과 개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LH의 무량판 구조 부실 공사에 대한 진상 조사는 전 국민의 관심사다. 그런데도 누락 정도가 경미하다는 임의 판단으로 누락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LH의 엉터리 집계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지난달 말 전수 조사 대상 단지가 당초 91곳이라고 밝혔는데 지난 9일엔 10곳이 추가로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번복했다.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이틀 뒤인 11일엔 1곳이 또 누락됐다며 전체 조사 대상 아파트 숫자는 102곳이라고 수정했다. 전수 조사 대상 아파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조직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LH로부터 13일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임직원들 비위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올해 8월 1일까지 LH 임직원의 내부 징계 건수는 300건에 달했다. 이 중 징계 수위가 가장 높은 파면이 24건이고 해임은 18건이다. 2년 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임직원 땅투기 문제로 LH 차원의 대대적인 개혁 선포가 있었지만 별 소용도 없었다. 지난해 70건 가까이, 올 들어서도 30건 이상의 비위가 적발돼 관련자들이 징계를 받았다. 뇌물, 금품 수수 등의 혐의였다. 조직 뿌리 깊이 박힌 기강 문란, 도덕적 해이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LH 출신 고위직이 퇴직 후 옮긴 자리에서 LH 발주 물량을 싹쓸이하고 은밀히 부실 공사를 자행하는 행태는 고질적인 문제다. 이번 추가로 철근 누락이 확인된 단지 5곳 중 1곳의 설계 업체도 LH 퇴직자가 대표로 있는 전관 기업이었다. 건설업 이권 카르텔은 윤석열 정부가 거듭 강조한 대로 '깨부숴야 할' 대상이다.
LH에 대한 개혁과 혁신 의지는 수도 없이 봤다. 이제는 실행에 옮겨야 한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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