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팔을 움직이니 전구에 불이 번쩍… 옷이 전기를 만든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15 12:00

수정 2023.08.15 12:00

KIST, 마찰·땀 활용한 발전 섬유 개발
여러번 세탁해도 성능 그대로 유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재료연구센터 연구진이 스마트 의류용 섬유를 팔에 두른 뒤 팔을 움직이자 LED 100개에 불이 들어왔다. KIST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재료연구센터 연구진이 스마트 의류용 섬유를 팔에 두른 뒤 팔을 움직이자 LED 100개에 불이 들어왔다. K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팔을 감싸는 옷감에 LED 100개를 연결하고 움직이자 LED 전구에 불이 들어왔다. 이 옷감은 마찰과 땀을 전기로 바꿔주는 마찰전기 발전 섬유와 땀 전지 섬유로 만들어졌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재료연구센터 송현철·장지수 박사팀은 사람이 활동하면서 생기는 마찰과 땀을 전기로 만드는 실을 만들었다고 15일 밝혔다. 이 실로 옷감을 짜 옷을 만들면 별도의 전력원 없이도 의류형 전자기기나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송현철 박사는 "이 기술은 의류형 전자기기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전분야에 활용 가능하다"며, "특히 소방관, 군인, 산악인 등 극한 환경에서 활동하는 종사자들을 위한 전원공급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스마트 의류에 적용해 다양한 신체 정보들을 제공해주는 센서로 활용하기 위한 추가 실험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많은 연구자들이 만들어낸 마찰전기 섬유는 습도에 취약해 주변 습기나 사람 땀에 의해 전력 효율이 낮아지고, 땀 전지는 만들어내는 전력이 너무 작아 활용이 어려웠다.

연구진은 다양한 습도 조건에서도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마찰전기 섬유와 땀 전지 섬유를 엮어 옷감을 만들었다.

우선 탄성중합체와 혼합된 설탕을 녹이는 간단한 제조 공정을 통해 마찰전기 섬유의 마찰 표면적을 증가시켜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켰다. 또한 땀 전지 섬유는 이온 염과 파릴렌을 코팅해 발전 성능을 향상시키고 비대칭적인 젖음을 유지하도록 만들었다.

이 섬유로 옷감을 짜 사람이 활동할 때 발생하는 마찰 뿐만아니라 마찰전기 섬유의 전력 효율을 저하하는 습기와 땀까지 에너지원으로 활용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재료연구센터 연구진이 개발한 스마트 의류용 섬유를 설명하는 이미지. KIST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재료연구센터 연구진이 개발한 스마트 의류용 섬유를 설명하는 이미지. KIST 제공
연구진은 이 옷감의 성능을 테스트했다. 마찰전기 섬유 1개와 땀 전지 섬유 32개를 이용해 옷감을 짜 팔에 두른뒤 팔을 굽혔다 폈다를 반복했다. 그러자 별도 배터리 없이도 팔의 움직임과 땀으로 3V와 20㎃의 위치추적 센서를 작동시켰다. 또한 LED 전구 100개에 불을 켜는데 성공했다. 즉 마찰전기 옷감과 땀 전지 옷감에서 1㎠당 각각 166㎼, 5.4㎼의 전기를 만들어냈다.

이와함께 내구성 테스트를 해 본 결과, 10번 이상 세탁을 반복해도 전기를 만드는 성능이 그대로 유지됐다.

연구진은 "이 스마트 의류용 기능성 섬유는 단순한 코팅 공정과 직조 기술만으로도 대면적, 대량 생산이 가능해 제작 단가와 공정시간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며 상용화 가능성을 설명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 스마트 의류용 기능성 섬유를 에너지 재료 분야의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