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끝내 추락사 처리된 '극단 선택' 교사..학교측 "그걸 왜 저한테 말하냐"짜증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08.16 06:55

수정 2023.08.16 06:55

2021년 극단적 선택을 한 고 김은지 호원초등학교 교사. MBC 보도화면 캡처
2021년 극단적 선택을 한 고 김은지 호원초등학교 교사. MBC 보도화면 캡처

[파이낸셜뉴스] 경기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6개월 사이 초임교사 두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학교 측은 단순 '추락사'로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유족 측은 사망 경위를 사실 그대로 '극단적 선택'으로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학교가 이를 묵살한 탓에 공무상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MBC는 지난 2021년 12월 13일과 지난해 6월 15일 이뤄진 고 이영승 교사의 유족 측과 해당 초등학교 교감의 전화통화 녹취록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2월 13일 유족들이 순직 처리를 위해 학교에 연락했다. '경위서가 어떻게 보고가 됐는지 알 수 있을까요'라는 유족의 질문에 교감은 "추락사 그 이상은 쓰지 못했어요. 원인을 알지 못하니까"라고 답했다. 유족이 '수정을 해주실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처남 유서가 발견돼서'라고 요청하자 교감은 "진실을 경위서에 넣고 싶으신 거잖아요. 일단 알아본 다음에 전화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연락하지 않았다.

이에 유족 측이 죽음의 이유를 밝히고자 학교에 사실 확인을 재차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지난해 6월 15일 유족이 '처남의 죽음에 대해 누구랑 어떻게 확인을 해야 되나요'라고 묻자 교감은 "아, 그걸 왜 저한테 얘기하세요"라며 언짢은 반응을 보였다.

이씨에 앞서 고 김은지 교사도 학부모들의 항의와 민원에 시달리다 우울증을 앓던 끝에 2021년 세상을 떠났다. 우울증 탓에 담임을 맡을 여력이 도저히 안 됐지만 동료 교사들에게 미안해 스스로 5학년 학급을 맡았다고 한다.

생전 우울증을 앓았던 고 김은지 교사는 2017년 2019년 두 달씩 병가를 낸 적도 있었지만 교감은 "그런 줄 몰랐다. 우울증인데 그렇게 웃는 사람이 어딨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김씨의 죽음을 자살이 아닌 추락사로 보고했다.

김씨 친구인 교사 A씨는 "(은지가) 학부모들이랑 통화할 때도 '되게 손발 벌벌 떨면서 받는다' 얘기도 했었고, '나는 그냥 교사랑은 좀 안 맞는 것 같다'더라"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개인적 취약성으로 보여진다', '공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단순 추락사로 종결됐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던 김씨의 죽음을 정부는 끝내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이씨의 죽음 역시 같은 기준으로 심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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